美전략핵잠수함 오른 尹대통령, 북핵 억제 의지 보여줬다

최경운 기자 2023. 7.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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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만 탔던 전략핵잠… 외국 정상 처음 탑승해 시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기지에 입항한 미군 전략 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을 시찰했다.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1981년 3월 로버트리함 이후 42년 만이다.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고 외국 정상이 전략 핵잠수함에 승선해 시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정상이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미 핵전략 자산의 정례적 한국 배치 약속 이행을 확인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력한 억제 의지와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보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전략핵잠수함‘켄터키함’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 전략핵잠수함에 승선해 30분간 시찰했다. 바다 아래서 최대 24기의 핵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켄터키함은 미군의 핵심 핵전력이다. /뉴시스

전날 한국 기항 사실이 공개된 켄터키함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내 1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윤 대통령 도착에 앞서 1부두에 마련된 연단 좌우로 흰색 제복을 입은 켄터키함 승조원들이 도열했다. 잠수함 전력에 대한 보안을 위해 컨테이너 박스가 설치됐고, 박스 위에선 미군들이 무장 경계를 섰다. 물 위로 나온 켄터키함 선체엔 좌우로 12개씩 핵미사일 발사구 24개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부두에 도착하자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은 윤 대통령 승선 계획을 알리며 “켄터키함은 미국이 대한민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의 주요 구성 요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 중 하나인 켄터키함에 방문하게 돼 뜻깊고 든든하다. (미국의) 우방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SSBN에 방문하게 됐다”며 “켄터키함 (한국) 전개를 위해 애써주신 조 바이든 대통령 등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로버트리함이 1981년 진해에 온 뒤 42년 만에 켄터키함이 부산 작전 기지에 전개됐다”며 “이번 켄터키함의 전개는 확장 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창설에 합의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전날 서울에서 첫 회의를 열고 출범한 것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북한이 핵 도발을 꿈꿀 수 없게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임시로 설치된 가교를 건너 켄터키함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 내부도 둘러보고 작전 브리핑을 들었다. 윤 대통령의 켄터키함 시찰에는 김건희 여사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 등 한국 측 관계자와 미국 측 카라 애버크롬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군축 정책조정관, 비핀 나랑 국방부 우주정책실 수석부차관보, 조이 사쿠라이 주한 미국 대사 대리,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동행했다.

캔터키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 핵전력 3축으로 꼽히는 전략 무기다. 켄터키함 같은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 한 척에는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600여 발에 버금가는 위력의 핵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캔터키함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NCG 첫 회의에 맞춰 방한했고, 양국 당국은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통상 미국은 자국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정보를 타국과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미국의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기획·실행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전날 이를 구체화할 NCG 첫 회의를 서울에서 열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최강 전력의 미국 전략 핵잠수함에 탑승함으로써 한미 양국이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비핵(재래식) 전력을 결합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믿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윤 대통령이 2년 연속 북미·유럽이 중심이 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미국의 핵우산 실행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최근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윤 대통령의 나토 외교 강화는 한미 동맹은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체인 나토와의 연대를 강화해 핵우산 작동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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