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범죄·약물 ‘지나친 관용’… 샌프란시스코 주민들 “더 센 공권력 필요”

박순찬 기자 2023. 7.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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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정치 격전지’ 부상

“한때 훌륭한 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는 더 이상 활기 차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대소변을 보고, 헤로인을 사용하고, 크랙 코카인(흡연 형태의 강력한 코카인)을 피우는 걸 봤습니다. 이곳은 좌파 정책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디샌티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달 쓰레기와 벽면 낙서가 가득한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배경으로 이 같은 1분짜리 홍보 영상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1964년 이후 59년째 민주당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다. 워낙 민주당 강성 지역이라 공화당 후보들이 방문을 꺼릴 정도인데, 디샌티스는 직접 이곳을 찾아 ‘샌프란시스코의 몰락’을 선거 전략으로 앞세운 것이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 세수 부족에 따른 행정 약화, 고질적인 노숙자·마약·범죄 문제 등으로 코로나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선 앞두고 ‘정치 격전지’ 된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대선 주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지난달 노숙자들의 텐트가 즐비한 샌프란시스코 길거리를 배경으로 1분39초짜리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렸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그는 노숙자들의 정신질환, 마약 중독 등 문제를 거론하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8월 폐점하는 샌프란시스코의 AT&T 플래그십 스토어. /오로라 특파원

공화당,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샌프란시스코의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앞세워 실리콘밸리 거부들에게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 전문가를 인용해 “캘리포니아와 그 좌파 정부, 범죄·마약·노숙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공화당 플레이북(작전 지침)의 기본”이라며 “노숙자와 범죄 증가가 샌프란시스코를 공화당의 더 매력적인 표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좌파였던 실리콘밸리의 일부 테크 구루(guru·권위자)들도 공화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머스크는 디샌티스의 대선 출마 이벤트를 트위터로 중계했다. 오러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도 유명한 공화당 지지자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투자사 대표는 “높은 세금, 치솟는 범죄율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지나친 ‘관용’에 여론도 돌아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관용’의 상징으로 통한다. 2004년 동성애 부부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줬고, 2014년엔 950달러(약 120만원) 이하 절도는 경범죄로 취급해 기소하지 않는 법안이 통과됐다. 2019년에는 경찰과 정부 기관들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미국 최초로 금지했다.

하지만 지나친 관용은 독이 됐다. 경찰은 상점털이범을 굳이 잡으려 하지 않았고, 거리는 불안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21년 “샌프란시스코가 좀도둑의 천국이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 바람’이 불면서 빅테크 기업 직원들이 집값이 비싼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자 도심은 노숙자들 차지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사무실을 뒀다가 실리콘밸리 남쪽으로 이전한 한국계 스타트업 대표는 “코로나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사람 살기 어려운 곳이 됐다”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작년 7월엔 체사 부딘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이 치안 불안에 분노한 주민들의 불신임 투표로 쫓겨나기도 했다.

미국 첫 흑인 여성 시장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이끄는 런던 브리드 시장(민주당 소속)도 정치적 코너에 몰렸다. 브리드 시장은 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를 줄이기 위해 6억달러(약 7600억원)를 들여 저소득층용 주택 8만2000가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유권자 대부분이 브리드 시장의 내년 시장 재선에 부정적이다. 리서치 업체 EMC 리서치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유권자의 76%는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강한 공권력에 대한 요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식점에서 사설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론 헤이버트씨는 “시 예산을 노숙자 관리에 쓸 것이 아니라 공권력 강화에 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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