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코로나19 이후 필수노동을 다시 본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는 올해 7월 13일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7억5000명에 가까운 환자와 700만 가까운 사망자를 남겼고, 우리나라에서도 3200만 명이 넘는 환자와 3만5000여 명의 사망자를 남기면서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5월 5일에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위기가 종료되었음을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6월 1일 위기단계를 최고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고 사실상 일상체제로 전환했다.
코로나19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변화를 가져왔다. 평소에 그 가치를 잘 모르던 것이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같은 경우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아프면 쉬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과 대기업과 같은 특정한 집단에서만 가능한데, 어떤 나라에서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OECD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이 1년 중 아파서 쉰 날 통계에서 가장 많이 쉬는 나라는 리투아니아로 24.4일이고, 중간 정도가 독일 11.7일, 프랑스 9.2일이며, 수치가 낮은 국가인 미국과 영국은 4일 정도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2일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 또한 변해서 ‘아프면 쉬는’ 문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가 올해 5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 재확산 예방에 중요하다고 보는 것의 1위를 차지한 응답은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 (예, 상병수당·유급휴가)’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노동이라는 것이 거의 없겠지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이들의 노동이 멈추면 다른 이들의 일상이 무너져서, 멈출 수 없는 노동이 있다는 것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이 느끼게 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필수노동’의 정의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서비스를 멈출 수 없는 핵심 영역이 존재하며 보건의료 종사자, 돌봄 종사자, 배달업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이 바로 필수노동자 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렇듯 없으면 사회가 멈추는 매우 중요한 ‘필수노동자’들은 자기존중감도 매우 높고, 사회적으로도 합당한 처우와 존중을 받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실상을 한번 들여다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손연정 등)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2022년 현재 486만 명 정도(전체 취업자의 17.3%)의 필수노동자가 존재한다. 조사가 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숫자가 증가했으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더욱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증가폭이 세 배 이상 많아, 필수노동자의 여성화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도 뚜렷해 60세 이상이 35.1% 정도이며, 70%가 3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 속했다. 2022년 기준 필수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월 252만5000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이 339만2000원의 74.4% 수준이고, 여성 환경미화원은 103만 원, 돌봄 노동자 161만 원으로 매우 낮은 임금 수준이다.
부산은 더욱 심각하게 생각되는데, 초의수 신라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21년에 29만5000명 정도의 필수노동자가 존재하며 운송이 가장 많고(34.6%), 다음으로 돌봄(26.8%) 청소(23.0%) 보건의료(15.6%)의 순이었다. 이들의 연령도 점점 증가해 2021년에 60세 이상 비중이 40.5%이고 특히 청소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은 69.3세 였다. 부산 필수노동자의 평균급여는 178만4000원으로 부산시 전체 취업자 평균인 249만6000원의 71.5% 정도였는데 청소노동자들의 평균급여는 96만 원이었다. 특히 최근 4년 동안 부산지역 전체 노동자의 임금은 5만1000원이 증가했는데 비해 필수노동자들은 7만4000원 감소했다. 말하자면 ‘필수’노동자들의 임금은 낮고, 노동조건은 열악하며, 여성과 고령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필수노동’을 사회가 ‘필수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또 다른 재앙의 시기를 과연 우리는 이전보다 더 잘 감당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