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점유율 30% 선점’ 패권경쟁 뜨겁다
‘빅2’ 점유율 1.5%p 격차 박빙
“지배력 갖춰야 시장 재편 주도권”
쿠팡, ‘反쿠팡’ 연대-노조 리스크
온라인 상거래(이커머스) 시장 1, 2위를 다투는 쿠팡과 네이버의 이커머스 패권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며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양 사 모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 서비스 이용자들을 끌어오려는 취지다. 특히 납품가를 두고 쿠팡과 갈등을 겪어온 CJ제일제당 햇반 등이 쿠팡에서 빠지면서 CJ제일제당은 네이버와 신세계, 마켓컬리 등과 ‘햇반 연대’를 구축하며 이른바 ‘네쿠대전’도 새로운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 주가 반 토막으로…1.5%포인트의 ‘네쿠대전’
쿠팡에 밀려나는 듯했던 네이버도 멤버십, 네이버페이 등과의 연계 전략을 통해 쿠팡 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양 사 시장점유율 차이는 2%포인트 안쪽으로 유지되고 있다.
두 공룡의 공통 고민은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둔화된다는 데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성장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분기별 상승률이 10∼20%대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주가 역시 약세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쿠팡은 17.87달러로 마감해 상장 당일 마감가(49.25달러)의 절반도 안 된다. 네이버도 2021년 3분기 주당 40만 원을 돌파하며 신고가 행진을 벌였으나 19일 20만4500원까지 하락했다.
● “점유율 30% 선점하라”
쿠팡과 네이버는 모두 내부적으로 점유율 30% 달성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점유율 30%는 시장 지배력을 가졌음을 뜻하는 동시에 시장 질서를 재편할 만한 영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유통 공룡 경쟁 격화의 대표적 사례가 최근 CJ제일제당 햇반으로 촉발된 유통가의 반(反)쿠팡연대 움직임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의 납품가 인하 요구에 반발해 쿠팡에 제품을 넣지 않고, 올해 3월에는 네이버쇼핑에 입점해 네이버와 손잡았다. CJ제일제당은 한발 더 나아가 경쟁사인 마켓컬리 전용 햇반을 내놓고, 신세계 계열사들과 제휴를 강화하는 등 쿠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LG생활건강도 2019년부터 쿠팡에 생활용품, 코카콜라의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빠지니 중소 제조사 즉석밥 매출이 증가해 상생에 기여한다고 강조하는 한편으로 최근엔 하림 즉석밥을 100원에 내놓고 맞불을 놓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형 제조사들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쿠팡은 반쿠팡연대, 네이버는 느린 배송 넘어야
양 사 모두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직매입 구조인 쿠팡과 달리 ‘연합군’에 의존하는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경쟁사들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쿠팡보다 여전히 느린 배송 속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현재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다음 날 도착하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쿠팡으로부터 빼앗아 오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집(인테리어), 무신사(패션)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은 반쿠팡연대를 넘어야 할 뿐 아니라 노조 리스크도 짊어지고 있다. 올 초 쿠팡의 배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택배노조 산하 지회가 결성됐다. CLS지회는 쿠팡이 업무 강요 등 부당한 노동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이는 허위뉴스로 가입 조합원 역시 소수에 불과해 노조 리스크가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노총 전략에 따라 언제든 쿠팡 물류체계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회사의 사업구조는 다르지만, 끌어모으려는 이용자가 겹치기 때문에 결국 충돌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라스트마일’(고객에게 배송되는 직전 단계) 만족도와 혁신이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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