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공교육의 책임이 우선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우는 곳. 바로 학원(學院)이다. 흔히 사교육이라고 한다.
사교육은 일찍부터 시작한다. 자녀가 만 5세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어떤 부모가 자녀를 유치원 때부터 소위 ‘학원 뺑뺑이’를 시키고 싶겠나. 유치원이 오후 1~2시면 끝나다 보니 맞벌이 부부에게 이 같은 학원은 사실상 필수적이다.
일부는 “유치원에 오후 늦게까지 자녀를 맡기면 되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한다. 물론 유치원에서 늦은 시간까지 자녀를 맡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자녀가 몇 시간 동안 친구들 없이 혼자 유치원에 남아 TV를 본다고 생각하면, 유치원에 남기느니 그냥 학원에 보내는 게 맘 편하다.
이처럼 일찍부터 학원에 익숙해진 아이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아이들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길다.
사실상 제2의 학교인 셈이다. 물론 유치원 때처럼 피아노나 태권도 등 예체능이 아닌 국어, 영어, 수학,과학 같은 교과목 관련 학원을 오가는 점이 다를 뿐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답은 뻔하다. 초등·중학교 때는 공교육에서 아이들을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보살펴 주지 못하고 중·고등학교 때는 공교육에서 충분한 교육을 시켜줄 것이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그 보살핌과 신뢰는 누가 해줘야 하는가. 정부다. 정부는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다한다면 학원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다.
정부가 최근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한 강경한 입장을 연일 쏟아낸다. 단순히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왜 대한민국이 사교육이 필수적인 사회로 바뀌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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