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이 AI 성능 경쟁 세계 2위

임경업 기자 2023. 7.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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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기업도 개방형 AI 활용하면 비즈니스 기회 열려”

직원 120명에 불과한 한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개방형(오픈소스) 대규모 언어 모델(LLM) AI 성능 경쟁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300곳이 넘는 글로벌 AI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을 압도한 성과이다.

업스테이지는 19일 “자사가 개발한 AI 모델이 글로벌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 LLM 순위에서 성능 평가 점수 평균 64.7점을 받아, 메타(페이스북)의 ‘라마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스태빌리티AI, 데이터브릭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AI 스타트업 300곳 이상을 제치고 낸 성과”라고 밝혔다. 허깅페이스는 전 세계 기술 기업과 연구 기관이 각자 개발한 AI 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성능을 경쟁하는 웹사이트다.

챗GPT처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답변하는 AI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AI 기술 전체를 외부에 공유하는 개방형 AI가 활성화되며 AI 경쟁이 다각화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등 특정 회사가 기술과 수익을 독점하는 폐쇄형 AI와 메타처럼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는 개방형 AI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개방형 AI 진영에서 세계 2위를 기록한 업스테이지 AI는 메타가 공개한 AI ‘라마’를 튜닝(개조·가공)한 것으로, 언어 이해도가 높고 오류가 적은 특징이 있다. 업스테이지 같은 한국의 후발 기업도 개방형 AI를 잘 활용하면 세계 무대에 진출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알파카·비쿠냐… AI 낙타들이 챗GPT를 위협

메타가 만든 AI ‘라마’가 공개된 것은 일종의 사고였다. 연구원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한 AI 파일 전체가 불법 공유된 것이다. 메타는 아예 전략을 바꿔 기업과 기관에 무료로 파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 세계 10만곳 이상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원들이 라마를 내려받아, 이를 튜닝한 AI를 내놓기 시작했다. 낙타과(科) 동물 라마를 계승했다는 뜻을 담아 ‘알파카’ ‘비쿠냐(같은 낙타과 동물)’ 같은 이름을 붙였는데, 성능이 챗GPT와 바드처럼 빅테크들이 수십조 원을 쏟아부어 만든 AI 성능을 위협할 정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5월 내부 보고서에서 “우리가 챗GPT와 경쟁하는 동안 제3의 진영(개방형)은 심각한 위협이 될 정도로 기술 격차를 좁혔다”고 평가했다. 일부 연구 기관에선 라마의 개선 모델(비쿠냐)이 챗GPT 성능의 90%까지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개방형 AI 진영의 힘은 ‘집단 지성’이다. 10~20명 규모인 스타트업도 AI에 특정 데이터를 학습시켜 똑똑하게 만들어내거나, 오류를 잡아내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이번 업스테이지의 AI는 AI가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는 환영 오류를 대폭 줄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AI가 자신의 답변을 다시 검증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넣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가 뇌라면, 시냅스 역할을 하는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경쟁 모델의 절반 수준으로 경량화해서 고객사가 자신만의 AI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러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이 AI의 약점을 조금씩 보완하면서 전체적인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라마2도 공개, “한국도 기회 있다”

메타가 19일 공개한 라마2는 기존 라마보다 40%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했고, 추론·지식 테스트 등에서도 다른 개방형 AI의 성능을 훨씬 능가했다. 메타는 본격적으로 라마2의 사업화 계획도 밝혔다.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버(애저)와 협업해 라마2를 대규모 서비스할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기업 퀄컴과 협업해 2024년 이후부터는 PC·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에서도 AI가 구동되도록 할 계획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업스테이지 외에도 뤼튼테크놀로지스·라이언로켓·라이너 같은 스타트업들이 빅테크 AI를 튜닝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형 AI가 활성화되면서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다면 한국 기업도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기술 개발과 실제 서비스는 다르기 때문에, 서버 인프라를 비롯해 충분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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