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6가지 국회의원 특권… ‘더 평등한 어떤 동물’들인가
지난 17일 제헌절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빗속에도 한 집회가 열렸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총궐기대회’다, 물난리에 가려지긴 했지만 “국민의 명령이다. 특권을 폐지하라”고들 외쳤다. 그러나 정작 그 특권의 당사자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필시 “아무리 떠들어 봐라” 했을 것이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그 어이없는 특권들은 그들 스스로 입법권을 휘둘러 치장한 것들이다. 그들 특권을 확대하고 공고화하는 데에는 싸움질도 없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는 국회다. 그 농장의 일부 살찐 돼지들은 이렇게 강변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국회의원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까지 생겨났다. 현재 국회의원 특권은 불체포특권을 비롯해 186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하다못해 KTX 승차권 취소 위약금도 국민세금으로 때울 정도다. 지난 10년간 국회는 자신들이 쓰는 예산을 40%나 더 키웠다. 2017년에는 보좌진이 부족하다며 8급 비서관을 신설, 9명이나 거느린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허둥지둥할 때도 국회의원들은 그들 수당을 또 올렸다. 일본이나 뉴질랜드 의원들이 국민고통을 분담한다며 20% 삭감했던 시기다.
국회의원은 월평균 1천30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차량유지비와 기름값도 월 150만원에 이른다. 설과 추석에는 414만원씩 모두 828만원의 명절 휴가비를 받는다. 의원과 보좌진 9명의 인건비만 의원실 1곳당 7억원 가까이 나간다. 연간 1천여만원의 공무수행출장비도 쓴다. 주로 지역구에 내려가느라 KTX 등 기차를 타는 데 쓴다. 해외 출장을 갈 때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공항 귀빈실을 쓴다. 여간 부지런해서는 186가지나 되는 특권을 다 쓰지도 못할 것이다. 이러니 ‘그깟 정치 현수막 특권쯤이야’ 하며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버티는 것이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구차하기까지 한 국회의원 특권들이다. 국민 세금이 아까워서도, 배가 아파서도 아니다. 문제는 그 과도한 특권 때문에 우리 국회의 품질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기름진 음식일수록 쉬파리가 더 꼬이기 마련이다. 땀 흘려 일하는 선량한 시민들은 그 정치 쉬파리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쇠심줄같이 낯이 두껍고 질겨서다. 내년 총선부터는 국민들이 국회의원 단임제를 성취해내야 한다. 모두 물갈이하고 4년 후 또 바꾸는 식이다. 전문성, 국회의원은 필요없다. 건강한 시민적 상식인이면 족하다. 4년간 평균임금 수준만 받고 일한 뒤 본래의 생업으로 돌아가는 국회의원. 그나저나 칼자루를 온통 저들이 쥐고 있으니, 시름만 깊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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