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생’ 봇물… 금액 뻥튀기 같은 보여주기는 안돼요
올 들어 은행·카드 등 금융사들이 잇따라 상생 금융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자 경감 등을 통해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돕고, 빚 상환 일정을 연기해주는 등의 내용입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자 화들짝 놀란 은행들이 먼저 곳간을 풀었습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 1~3월 수천억원대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은행뿐 아니라 카드·보험사 등 다른 금융권에도 ‘상생’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검사·감독을 받고, 각종 인허가를 신청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이러한 요구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 카드사들은 지난달부터 줄줄이 상생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업계 1·3위인 신한·현대카드가 각각 4000억원, 롯데카드 3100억원, 하나카드 3000억원, 우리카드 2200억원 등입니다. 지원 규모가 1000억~2000억원대인 5대 은행보다 많습니다. 심지어 현대·하나·롯데·우리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보다 상생 규모가 더 큽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내용을 자세히 보면 금액 부풀리기라는 ‘꼼수’가 보입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이 실제 혜택을 받는 금액이 아니라 대출원금을 기준으로 상생 금액을 산출했습니다. 즉 카드사별로 2000억~4000억원의 대출 원금에 대해 이자를 낮춰주고, 만기를 연장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실제 고객들이 절감할 수 있는 이자비용은 수십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나자 금융지주들이 성금을 내기로 했는데, 한 곳이 당초 5억원을 내기로 했다가 다른 곳들이 10억원을 낸다고 하자 10억원으로 금액을 상향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상생 금융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상생은 보여주기나 눈치보기식 경쟁이 아닙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이자 장사 비중을 줄이고 철밥통이라 비판받는 호봉제를 깨는 구조 개혁, 과도한 성과급 자제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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