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서울깍쟁이
런더너 뉴요커 파리지앵. 세상의 유명 도시에 사는 사람을 가리킬 때 부르는 말. 서울 사람들은 뭐라 불릴까. ‘서울깍쟁이’ 알랑가 모르겄소만 요쪽에선 그렇게 불러. 서울에 일보고 간신히 돌아오면 곧바로 문상이나 꼭 만나야 할 약속이 또 생기곤 해. 대체로 서울 중심의 세상살이다 보니 절교나 단절이 말처럼 쉽지 않은 처지다.
도시의 생리란 게 뜨내기 돈까지 죄다 뜯고 훔쳐 간다. 판사가 도둑에게 묻기를 “당신은 현금 돈뿐만 아니라 반지 목걸이 시계, 가방까지 닥치는 대로 다 훔쳤군요. 사실입니까?” “네. 그랬습니다. 사람이 돈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고 성경에서 배웠거든요.”
번지 없는 주막에 앉아 못 믿겠소~ 하면서 몇 순배 걸치다 보면 산골에 돌아올 차비만 달랑 남게 된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 비 내리는 이 밤도 애절쿠려. 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석유등 불빛 아래 마주 앉아서 따르는 이별주에 밤비도 처량쿠려. 새끼손을 걸어놓고 맹세도 했겄만 못믿겠소 못믿겠소 울든 사람아~.”
유랑극단 출신 백년설 선생의 차차차 노랫가락이 도심의 복잡한 소음에 버무려져 흘러만 간다. 간만에 아이랑 만나 설렁탕을 시켜 먹었는데 얼른 뛰어가서 계산도 하고, 서울깍쟁이가 아니로군. 웃어른 공경하고, 양보하고 져주며 배려하고 손해도 보면서 그렇게 살아야지 일러주곤 한다. 돈 앞에서 악착같은 경우들을 만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움이 생겨. 선한 마음을 내고 사는 일이 호구나 바보 취급을 당해선 곤란해.
장대비로 변두리의 도로와 산촌에서 귀한 목숨들이 졌다. 사람이 짐승이 아닌 점은 인정과 염치를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말을 해도 참말 몰인정하고, 제 잇속만 챙기는 깍쟁이들의 정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일 없이 또 살살 잊혀지겠지. 잘난 한쪽에서 약한 다른 쪽을 빼앗고 훔쳐 살아가는 것 같아.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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