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가 만난 사람] 5. 권영진 국회 입법차장
1996년 국회사무처 입문…입법조사관·전문위원 등 활약
임용 후 4년 간 의안과 활동 입법 중요성·책임 배운 계기
여야 물리적 충돌 ‘ 동물 국회’ 질타 국민 신뢰 하락 아쉬움
강릉 출신 남다른 애향심 강원 인맥형성·가교역할 앞장
국회 공직자 모임 태백회 맏형 지역 후배들 물심양면 지원
고향 강원도에 힘 될 수 있도록 제자리서 애쓸 것
장맛비가 이어지던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굵은 빗방울이 바람과 함께 땅을 흠뻑 적시고 있었음에도 국회 정문 앞에선 많은 국민들이 법안과 관련한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의 의견을 담은 피켓이 들려 있었고,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에서도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국회가 흔히 ‘민의의 정당’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국회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모인 하나의 의회로서, 그 안에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통해 입법권을 행사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법 체계를 구축하고, 기타 중요한 국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의 뜻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에 국회 앞에 모인 이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억압과 핍박에서 벗어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로써 다가오기 충분했다.
이 가운데 국회의 입법 활동, 의사조사, 기록편찬 등 입법 지원 업무를 비롯해 상임위원회 지원 및 그에 따른 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직책에 도출신 출향인사가 활동하고 있다. 강릉 출신의 권영진(58) 국회 입법차장이 그 주인공.지난 7일자로 신임 입법차장(차관급)으로 승진한 그는 임명 이후 계속되는 업무 회의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집무실을 찾은 강원도 동향의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인사를 건넸다. 집무실에는 승진 및 임명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가득했고,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한 사무처 직원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었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인사에 권 입법차장은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제가 잘해야 강원도 후배들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며 각별한 고향 사랑을 내비쳤다.
■ 입법고시 출신의 입법 전문가
권 입법차장은 지난 1996년 입법고시(제14회)를 통해 국회사무처에 입문했다. 행정사무관 임용 직후 약 4년간 국회사무처 의사국 산하 의안과에서 활동했다.
국회의원 혹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접수해 각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법안이 상임위 의결 절차를 걸쳐 본회의에 최종 상정되는 과정과 가결될 경우 자구 심사 등 의안을 정리해 정부에 이송하는 작업까지 수행했다. 권 입법차장은 이 기간을 입법의 ‘A to Z’를 익힐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국회 본연의 임무는 ‘입법’이다. 법안 하나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논의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조율, 조정하는 업무는 나 자신으로 하여금 입법의 중요성과 책임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권 입법차장의 설명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던 덕분이었을까. 권 입법차장은 의사국 의안담당으로 활동한 이후 국회운영위원회 입법조사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입법조사관, 의사국 의사과장, 국회운영위원회 입법심의관,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 등 주요 부처를 거쳐 2016년에는 의사국장을 맡게 된다. 의사국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그는 ‘제20대 국회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보 기고를 작고 하는 등 입법 분야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하고 지난 7일 국회 입법차장으로 임명되게 된다.
■ ‘정감’이 느껴지는 국회
권 입법차장은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난 ‘정감’이 느껴지는 국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1996년 8월, 제15대 국회부터 본격적인 국회 사무처 업무를 시작한 그는 지금의 21대 국회까지 총 7대 국회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정쟁 상황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두 지켜봤다.
2012년 국회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국회에서는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막기 위한 국회의원들 간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언론에선 이를 ‘동물 국회’라 칭했다.
2007년에는 쇠사슬과 서랍장 각목 등이 동원돼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했던 일화가 있었고, 2008년에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폭발하며 봉쇄된 문을 열기 위한 망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는 물리적 충돌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상대 정당을 깎아내리는 정쟁은 계속 이어졌다. 이같은 모습들을 직접 경험한 권 입법차장은 “국회에는 워낙 다양한 목소리와 견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 현안과 관련한 대립 이견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나타난 충돌들은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아쉬움이 크다”며 일련의 사건들을 회상했다. 이에 그는 입법차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며 앞으로 수행해 나가야할 것들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세우고 있다.
“입법활동의 질적 성장을 통해 국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고 국회를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대의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겠다”는 것이 권 입법차장의 포부다.
권영진 국회 입법차장 프로필
△강원 강릉 출신 △강릉고·경희대 무역학(학사)·경희대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제14회 입법고시 출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 의사국장, 국회운영위원회 입법심의관 등 역임
■ 여의도 중심에서 외치는 ‘강원 파워’
강원도를 향한 권 입법차장의 ‘고향 사랑 실천’은 국회 내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올해 1월 도출신 국회 공직자 중 가장 먼저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며 기부를 발판으로 한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염원했고,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국회사무처와 농협중앙회가 국회 소통관 앞 광장에서 개최한 ‘추석맞이 농축산물 행복 대장터’에 참석, 강원농협 부스에 머물면서 도내 우수 농축산물 구매를 독려하는 등 남다른 애향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고향 사랑은 곧 후배들을 향한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권 입법차장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그 목표는 바로 강원도 출신의 국회 사무처 후배들 모두가 개개인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권 입법차장은 국회사무처 내 도 출신 공직자 모임인 ‘태백회’ 일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대내외적인 강원 인맥 형성 및 가교역할에 앞장서 왔다. 태백회는 한반도의 중요한 등줄기로 강원도를 지탱하고 있는 ‘태백산맥(太白山脈)’에서 이름을 따올 만큼, 강원도 출신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 국회 공직자들의 향우회다. 권 입법차장은 태백회의 든든한 ‘맏형’이다 . 후배 공직자들의 활동을 지원, 응원해 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강원도 출신들은 어느 조직에서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꾸준히, 묵묵히 일을 잘 해낸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대개 자신의 성과와 활동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일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에서 후배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국회 입법차장으로서 더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된 권 입법차장은 이날 인터뷰 마지막에서도 “항상 고향을 기억하면서 고향에 힘이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왔다. 앞으로도 내 고향은 ‘강원도’라는 것을 잊지 않고,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모든 힘을 쏟고 싶다”며 ‘강원도’를 고리로 한 앞으로의 활동을 거듭 다짐했다.
이세훈 se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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