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最多세포는 면역 ‘T세포’…생명의 비밀 풀 장기 세포지도 나왔다

이병철 기자 2023. 7.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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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HuBMAP) 연구진
장, 신장, 태반 세포 지도 만들어
세포 종류와 구성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 찾아
“앞으로 4년 동안 더 많은 장기 세포 지도 만들 것”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4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HuBMAP) 연구진이 장, 신장, 태반의 세포 지도를 공개했다. 사진은 장의 세포를 종류에 따라 다른 색으로 염색한 결과다./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

인간의 장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다양한 종류의 세포가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 현상과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40여개국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장기 3개를 구성하는 세포의 종류와 구성을 분석한 ‘세포 지도’를 만들었다. 이들 연구진은 앞으로 인체의 세포 지도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HuBMAP)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셀’에 에 장, 신장, 태반 등 인체 장기 3곳의 세포 지도를 공개했다. 각 장기의 세포 지도와 관련 연구 결과는 총 9편의 논문으로 나눠 발표됐다.

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은 완벽한 세포 지도를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미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다. 세포 지도는 인체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와 이들의 변화를 나타내는데, 인간의 생리 현상과 질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NIH는 2018년부터 8년간 2억1500만달러(약 2700억원)을 투자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의 과학자 400여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마이클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장의 세포 지도를 그려내 새로운 유형의 상피세포를 찾았다. 장은 음식을 분해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화기관 역할 이외에도 면역세포의 70% 가량이 모여있을 정도로 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다.

연구진은 9명의 사람에게서 채취한 장 샘플을 8개의 구역으로 나눠 구성 세포를 분석했다. 장의 길이는 9m가 넘는데 각 구역마다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갖는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장을 구성하는 세포의 종류와 구성이 이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미경과 리보핵산(RNA) 분석, 염색질 분석을 활용해 장을 구성하는 세포를 확인한 결과, 장의 구역에 따라 세포 구성에 차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장 세포 지도를 만들었다.

장에 가장 많은 세포 유형은 면역 기능을 하는 T세포로 나타났다. 스나이더 교수는 “구역과 환경에 따라 장 세포의 기능도 달라졌다”며 “가령 고혈압, 결장암 같은 질병에 걸리면 면역세포의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세포도 새롭게 찾았다. 이 세포는 장 표면을 구성하는 상피세포 중 하나로 외부에서 항원이 들어오면 즉시 면역 반응을 일으켰다.

스나이더 교수는 “외부 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장이 언제든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복잡하고 다양한 장의 세포 구성을 통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장의 세포 지도를 만든 산자이 자인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45명의 건강한 사람과 48명의 신장 질환을 가진 사람의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장은 51종의 세포가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 세포는 질병에 영향을 받아 28종류의 세포 상태를 나타냈다. 신장 질환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도 찾았다. 질병이나 외부 손상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섬유화되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신장 질환의 주요한 이유로 드러났다. 특히 노화와 관련한 만성신장질환을 진단하는 데 세포의 상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마이클 안젤로 미국 스탠퍼드대 병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66명의 임산부에게 태반 샘플을 얻어 50만개의 세포와 588개의 혈관을 분석해 지도를 만들었다. 인체의 면역 세포는 외부 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는데, 태아는 임산부 면역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임산부와 태아를 잇는 혈관과 세포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세포 지도를 분석했다. 태반의 세포 태아가 임산부의 면역 시스템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은 융모외 영양막(EVT) 덕분이었다. 임산부의 자궁과 연결된 동맥은 임신 기간 중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EVT의 세포가 조직의 미세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드러났다.

생명과학계에서는 이번 세포 지도 발표를 시작으로 세포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질병 연구 대부분은 특정 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만큼 세포의 종류와 상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간 바이오분자 지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리처드 콘로이 NIH 프로그램 리더는 “이번 연구 성과는 프로젝트가 발표한 첫 번째 연구 결과로,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며 “앞으로 4년 이내로 더 많은 조직의 세포 지도를 만들고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915-x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5769-3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2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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