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장 파행 끝 ‘최저임금 9860원’… 37년 묵은 결정체계 손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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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2.5%(240원) 인상된 것이며, 월급(월 209시간 근무)으로 206만 원 수준이다.
'1만 원' 벽을 넘느냐에 관심이 쏠렸지만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을 감안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결정은 해마다 진통이 컸지만 올해는 유독 극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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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은 해마다 진통이 컸지만 올해는 유독 극심했다. 노동계와 공익위원 간 갈등으로 첫 회의부터 취소되더니, 지난달엔 경찰 고공농성 진압에 맞서다 구속된 근로자위원이 해촉되면서 항의 퇴장 등 파행이 거듭됐다. 결국 법정 심의기한을 넘겨 역대 가장 긴 110일 만에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이다. 당초 ‘26.9% 인상’과 ‘동결’로 맞서던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 과정에서 10차례나 수정안을 제시하고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처럼 노사정 갈등과 대립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것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각자 제출한 인상률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마련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정하는 게 관례가 됐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노사가 소모적 힘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적이 7번, 법정 심의기한을 지킨 적이 9번뿐인 건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인선한 공익위원은 정부 정책이나 기조에 맞춰 인상률을 제시하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지난 정부 때 심각한 고용 충격에도 공익위원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밀어붙인 게 단적인 예다. 최근 2년은 공익위원이 임의로 성장률,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 3가지 경제지표를 토대로 인상률을 제시해 노사 양측의 반발을 샀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산출 기준이 없다 보니 올해도 표결 결과를 두고 경영계는 “부담 가중”,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후진적인 결정 구조에서는 내년에도 똑같은 파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소모적 갈등을 줄이면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정치 편향 논란이 일지 않도록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자리 환경과 노사 문화가 급변한 상황에서 37년 전 만들어진 최저임금 결정 체계는 수명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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