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케리 3박4일 방중 일정 마무리…소통필요 공감대 속 이견 확인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19일 3박 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은 세 번째 미 고위급 인사의 방중을 계기로 소통과 교류를 통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방법론에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지난 16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카운터파트인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만찬을 했다.
이튿날 오전 베이징 중심가 한 호텔에서 다시 만난 케리 특사와 셰 대표는 12시간 동안 마라톤회담을 하며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저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특사는 18일 중국 이인자인 리창 총리와 외교사령탑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났고, 19일에는 한정 국가 부주석과 회담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을 제외하고는 중국 핵심 인사들을 대부분 만난 셈이다.
케리 특사는 회담 때마다 미국과 중국의 기후변화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셰 대표와의 회담에서 양국의 실질적인 진전을 호소하며 중국의 메탄가스 배출량 감축 등 석탄화력발전의 기후변화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 위원과의 회담에서는 기후협력을 통해 외교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말했고, 한정 부주석에게는 기후변화 문제와 외교 문제를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리창 총리를 만나 기후변화 등 시급한 글로벌 도전에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민감한 경제나 외교 문제와 달리 이견이 적은 기후변화 협력을 시작으로 양국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게 케리 특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후변화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양국관계 개선이 먼저라는 논리를 펼쳤다.
왕이 위원은 케리 특사를 향해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는 뜻)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면서도 "기후변화 협력은 양국관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후변화 문제에 협력하기로 하더라도 양국 갈등이 장애물로 작용하면 어렵게 얻은 협력 상황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케리 특사와 셰 대표의 2021년 상하이 회담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 단절을 통보하면서 기후위기 대응도 차질을 빚었다.
리창 총리도 "과학기술 성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친환경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려면 선진국은 개도국에 더 많은 기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이 매년 1천억 달러(약 127조원)를 지원해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기후재해 적응을 돕겠다고 한 2009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시 주석의 18일 전국생태환경보호대회 연설로 정점을 찍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우리가 약속한 탄소피크와 탄소중립 목표는 확고부동하지만,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와 방식, 속도와 강도는 마땅히 우리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양국의 이견에도 외교 사령탑 블링컨 국무장관과 경제 사령탑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케리 특사까지 중국을 찾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면서 소통과 교류를 통해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룬 점은 긍정적인 성과로 분석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9일 사설에서 "중미관계가 수교 이후 최저점에 있는 지금, 기후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양국의 고위급 기후 외교가 재개되고 긍정적인 출발을 한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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