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마시는 것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정기범의 본 아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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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2010년 '프랑스 미식'을 인류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가 밝힌 등재 이유는 '프랑스 미식'은 단체나 개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축하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이자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맛있게 먹고 마시는 기회를 갖는 '잔치 같은 식사'를 의미한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미식과 관련한 역사는 선조인 골족 때부터 회식 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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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미식과 관련한 역사는 선조인 골족 때부터 회식 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양왕’ 루이14세 때 베르사유 궁전에서 호화스러운 정찬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연회가 연일 열렸다는 기록이 역사서에 전한다. 20가지 이상의 다른 요리와 거기에 맞춰 서비스되는 샴페인과 고급 와인이 주를 이루는 프랑스의 고전 프랑스 요리를 확립했는데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요리사였던 마리앙투안 카렘이다.
이후 프랑스 요리책의 바이블과도 같은 ‘르 기드 퀼리네르’를 집대성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를 중심으로 ‘누벨 퀴진’이라는 새로운 시기가 도래하는데 생크림이나 버터, 고기 같은 무거운 재료 대신 채소를 많이 사용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후 ‘프랑스 요리계의 교황’이라 불리는 폴 보퀴즈를 선봉으로 뉴욕, 파리, 런던 같은 도시의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계에서 프랑스 셰프들이 최고의 몸값을 받게 하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프랑스 요리가 오랜 역사 속에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넓고 비옥한 땅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 사과만도 300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한 품종의 세분화 작업과 이에 맞는 요리 방법, 수천 종류에 달하는 다양한 와인, 프랑스 혁명 이후 왕정에서 쫓겨나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요리사부터 지금의 유명 셰프들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특별한 조리법의 연구와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늘이 내린 혜택에 인간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 살면서 실제 느끼기에도 프랑스 사람처럼 잘 먹고 잘 마시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10월 둘째 주에 열리는 초등학교의 미식 교육 주간 행사만 봐도 그렇다. 미식의 조기 교육 차원에서 실시되는 이 행사는 전국의 셰프 3500명이 직접 초등학교를 찾아가 요리 수업과 각종 맛보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 수업의 목적은 맛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 이전의 나이에 다양한 요리 재료를 직접 느껴보고 맛을 보며 올바른 입맛을 형성하게 하는 데 있다. 프랑스의 소아 비만율이 낮고 편식하는 어린이가 적은 이유다.
얼마 전 외인 부대원에게 프랑스군의 전투 식량을 부탁해서 시식할 기회가 있었다. 애피타이저, 카술레와 파르망티에가 들어간 메인, 디저트, 시리얼 바와 메인 음식을 데울 수 있는 고체 알코올 연료가 한 상자에 들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전투 식량 대회에서 언제나 상위를 휩쓸고 있는 그것은 맛의 밸런스는 물론이고 포만감도 훌륭하다. 이 전투 식량이 우리나라에도 유통되면서 캠핑 마니아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의 음식이 이제 식탁을 넘어 캠핑장을 점령할 날이 머지않았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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