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책동네 日 진보초와 책 내쫓는 마포구

김용출 2023. 7. 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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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한국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K문학회가 열리는 그곳에는 그간 도쿄특파원으로서 세계일보에 게재했던 칼럼 5편이 인쇄, 배포돼 있었다.

아울러 해당 칼럼에 인용된 한국문학 작품의 원문이나 해당 작품의 일본어 번역본도 회람되고 있었다.

나의 칼럼 낭송회가 열린 곳은 책거리인 도쿄 진보초(神保町)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출판사 '나시노키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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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와 함께 대표적인 출판도시… 그 위상 잃을까 걱정

한 달에 한 번씩 한국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K문학회가 열리는 그곳에는 그간 도쿄특파원으로서 세계일보에 게재했던 칼럼 5편이 인쇄, 배포돼 있었다. 아울러 해당 칼럼에 인용된 한국문학 작품의 원문이나 해당 작품의 일본어 번역본도 회람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늘 문학 작품을 인용하거나 활용해 특파원 칼럼을 써 왔으니까.

한 회원이 나의 칼럼을 학원에서 현대한국어 수업 교재로 활용 중이라고 알리자, 다른 회원이 내 칼럼을 모아서 전체 회원에게 이메일로 배포한 게 발단이었다. 마침 나의 귀국일이 임박하자 그들은 세미나를 칼럼 낭독회로 급하게 대체한 것이었다.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그날 나는 특파원 칼럼의 취지를 간략히 소개한 뒤 선정된 칼럼을 1편씩 한국어로 낭독했다. 각 칼럼의 낭독이 끝날 때마다 회원들로부터 간단한 질문도 받았다. 예를 들면, ‘희망의 포복’이나 ‘동북아 화쟁 공동체’ 등 칼럼 속 단어나 용어의 의미나 맥락부터 특정 문장에 대한 함의까지.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일본 친구 10여명 앞에서 특파원 칼럼 5편을 낭독했던 그날, 3년간의 특파원 생활을 모두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인 2012년 4월18일의 밤을. 그날 일본인 친구들이 보여 준 진지한 태도를, 옅은 미소를 띤 얼굴을, 초롱초롱한 눈길을, 융숭 깊은 그 마음을.

나의 칼럼 낭송회가 열린 곳은 책거리인 도쿄 진보초(神保町)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출판사 ‘나시노키샤’였다. 출판사 사무실이라고 하지만, 화장실과 주방이 딸린 10평 내외의 작은 공간에 불과했다.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판사 사무실로 쓰였고, 한 달에 한 번씩 업무가 끝난 뒤 K문학회의 모임 장소로 대여됐다. 대여료는 회당 3000엔,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였다.

그때 출판사 나시노키샤는 나에게 하나의 세계였고, 온 우주였다. 업무의 특성 때문에 늘 바빴지만, 그럼에도 아주 가끔은 출판사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 사무실은 책이 가득 담긴 책장들로 가득 차 있었다. 책장 속에 담긴 책들의 제목만 봐도 흥미로웠다. 우린 그곳에서 책 속에 파묻혀 세미나를 한 뒤,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뒷풀이를 했다.

에도 막부 시대인 179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책동네 도쿄 진보초는 보통 고서점이나 서점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출판사가 자리해 있다. 무려 수백 개의 출판사가 성업 중이다. 그야말로 책을 둘러싼 많은 것이 존재하는 책동네인 셈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책동네, 책거리로 알려지면서 10월 축제 때는 물론 평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런데 서울에서 손꼽히는 책동네인 마포구가 연일 시끄럽다. 지난해 구청장이 바뀌면서 이전에 추진돼 온 출판문화 진흥 정책이 뒤집히거나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홍대입구역 인근의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에 대한 신규 입주자 선발을 중단하고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들을 대거 입주시켰다고 한다. 플랫폼P는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출판문화 진흥 공간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엔 관내에 있는 작은도서관 기능을 바꾸려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고.

출판사만 무려 4000개가 등록된 마포구가 파주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 책동네의 위상을 잃을까 봐 심히 걱정된다.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진보초와 같은 책동네로 거듭나는 게 어찌 쉽겠는가. 자고로 문화 정책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최선. 벌써부터 진보초가 그립다.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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