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1000배” 최종병기 켄터키함 르포[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SSBN, 핵공격 통제기 E-6B ‘머큐리’및 미 전략사령부와만 교신
켄터키함, 北초토화 가능 SLBM 20발…히로시마 원폭 1000배 위력
SLBM 수직발사관은 덮개 아래에…핵무기 실었냐 질문에 “NCND”
부산 작전기지 = 정충신 선임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9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 기관총을 든 미군 병사에게 신분증 검사와 몸수색까지 받은 뒤 들어선 이곳에는 삼엄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부산작전기지 내 부두엔 무장한 미군 병력들 사이로 ‘켄터키’함이 정박 중이었다. 그 주변엔 외부의 시선을 가리기 위한 목적인 듯 다수의 컨테이너 등이 놓여 있었다. 취재진이 이날 항구 내 진입로를 따라 켄터키함 정박 위치까지 이동하는 길엔 유조차량과 발전기 등이 여러 대 위치하고 있었다. 또 기지 밖 민간인 지역과 가까운 방향으로는 기관총이 거치돼 있는 모습도 보였다.
보안검사 뒤 기지 안으로 들어섰지만 준비가 덜 됐다며 두 차례나 취재진을 다시 기지 밖으로 물린 주한미군 관계자는 "중요한 전략자산이라 절차가 까다로우니 이해해달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강렬한 햇볕 아래로 미국 핵전력의 ‘최종병기’로 불리는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짙은 검은색으로 도색된 선체는 길이 170m, 폭 12m에 달해 한눈에 전체 규모가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미국은 현재 오하이오급(1만8750t급) SSBN 14척을 운용하고 있다. 켄터키함은 총 18척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가운데 12번째로 건조돼 1991년 취역했다.
켄터키함과 부두를 연결하는 가교엔 켄터키함의 모토인 ‘함대의 서러브레드’(Thoroughbred of the fleet)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러브레드’란 ‘최고 혈통’ ‘순종’을 뜻하는 표현이다. 켄터키함은 미 워싱턴주 킷샙 해군기지 소속이다. 켄터키함 함수 쪽엔 ‘네이비 잭’이라고 불리는 미 해군기가, 그리고 함미엔 성조기가 게양돼 있었다.
오하이오급은 폭발력 100kt(1kt=TNT 1000t의 폭발력) 위력의 탄두 8∼12발이 들어있는 SLBM(트라이던트-2 D5)을 탑재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시각에는 수직발사관 24개가 모두 덮개로 가려져 있었지만, SSBN 단 1척만으로 북한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의 SLBM 20여발이 덮개 밑에 웅크리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위압감이 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맹수와 같았다.
SSBN은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전력으로 미 해군 핵기지 출항과 동시에 TACAMO(Take Charge and Move Out)’로 불리는 핵공격 통제기 E-6B ‘머큐리’와 미 전략사령부 내 핵 통제 지휘소 외에 다른 곳과는 일체 교신을 하지 않는다.
켄터키함은 사거리 1만3000㎞에 달하는 SLBM을 24발까지 탑재할 수 있으나 미·러 간의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통상 20여 기만 싣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거리 약 2000∼3000㎞ 거리에서 목표물을 타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SLBM 20여 발의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000배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SSBN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핵 3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주요 전략자산인 만큼 그 주변 풍경은 기지 내에 정박 중인 그 어느 함정보다 경계태세와 보안이 삼엄한 모습이었다.
미 해군은 SLBM 발사를 통제하는 전투정보실을 비롯한 잠수함 내부를 취재진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취재진을 안내한 주한미군 공보실장 아이잭 테일러 대령은 켄터키함이 현재 SLBM을 싣고 있느냐는 질문에 "핵무기의 탑재 여부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게 미 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SSBN이 핵 무장을 하지 않고 작전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무기가 실렸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SSBN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폭격기(B-52H·B-2A)와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SSBN은 적의 턱밑까지 다가가도 상대가 알아챌 수 없다는 ‘은밀성’이 핵심이어서 동선 자체가 기밀이다.
그럼에도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전날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제적으로 켄터키함의 한국 입항을 공표했고,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방부 출입기자단에도 잠수함 면면이 공개된 것은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된 확장억제의 신뢰성 및 미 전략자산에 대한 ‘정례적 가시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조치다. 미 핵전력이 전 세계에서 24시간, 연중무휴 작전을 펼치면서 육상, 해상, 공중 어디서든 북한 위협에 압도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테일러 공보실장은 "켄터키함은 미국의 핵운용 3축 중 가장 생존성 높은 능력을 제공한다"며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으로 미국은 다시 한번 확장억제에 대한 공약을 확고히 하고,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그 어떤 핵 공격이라도 감행할 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켄터키함이 언제까지 한국에 머무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워낙 비밀이 많은 전략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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