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부풀려 보증금 353억여원 뜯어낸 ‘전세사기’ 일당 검거

전세값을 부풀려 전세보증금으로 매매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진행’ 수법 전세사기로 수백억여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9일 이와 같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도권에서 활동하며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공인중개사 등 9명을 검거, 이 중 3명을 지난 12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범죄단체 조직·사기 등이다. 이들은 이번 주 내로 송치 예정으로 범행을 도운 중개보조원 20명을 추가로 입건해 공인중개사법위반 혐의 등을 계속 수사 중이다.

공인중개사 A씨 등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53세대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약 353억여원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사용한 ‘동시진행’ 수법이란 전셋값을 부풀려 거의 매매값과 똑같이 올린 뒤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으로 주택 매매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자기자본 없이 전셋값을 올려 받은 뒤 원래 임대인(건축주)의 소유권을 바지명의자에게 이전해 전세사기에 악용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경기 부천과 서울 구로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열고 분양대행업자와 중개보조원, 바지명의자를 구해 ‘범죄집단‘을 조직했다. 바지명의자를 정상적인 투자자·임대사업자 등으로 포장해 분양을 원하는 건축주를 섭외하고 세입를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주가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이후 소유권을 바지명의자 앞으로 넘겼다.

경찰이 확보한 이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내가 요즘 임사자(임대사업자) 써서 하는 거 있어, 빌라왕 시켜줄게” △“어차피 파산할 거라 1000개 뜨고 장렬히 전사하면 돼” △“시작한 후 1년반 정도 있다가 만세(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음을 공식화하고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함) 부를 것”이라는 말이 오갔다.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 바지명의자를 파산시키려고 계획했던 셈이다.

이들은 이처럼 처음부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고, HUG에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넘기기 위해 임대보증보험을 발급받기도 했다. 모든 부담은 HUG로 넘어갔다. 

경찰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사기 물건으로 확인된 부동산 153세대에 대한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임대차계약서 작성 전후에 체결된 매매계약으로 임대인이 변경되고 전세보증금과 매매대금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는 동시진행 수법의 전세사기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