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출범 임박…한국거래소 ‘67년 독점’ 판 흔든다
관계자 “이르면 내년 말 서비스”
법적 근거 마련된 이후 10년 만에
경쟁 땐 거래수수료 인하 등 기대
한국거래소는 위기감에 TF 꾸려
미국·유럽에선 두 자릿수 점유율
“정규시장 미취급 대상 확대해야”
주식거래를 67년간 독점한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가 예비인가를 받았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10년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14차 정례회의에서 넥스트레이드의 ATS 투자중개업을 예비인가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심사 결과 넥스트레이드가 자본시장법령상 모든 인가 요건을 충족했고, 외부평가위원회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예비인가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마치고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는 본인가 신청을 받으면 1개월 이내에 심사를 마칠 예정이다.
넥스트레이드 주주사 관계자는 “본인가까지 받은 후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25년 초에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ATS를 “정보통신망·전자정보처리장치를 통해 동시에 다수를 상대로 증권매매·중개·주선·대리업무를 하는 투자매매·중개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정규거래소인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권이나 증권예탁증권의 매매체결 기능을 한다. 상장심사,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은 현재처럼 한국거래소에서 한다. 최저 자기자본은 투자중개업이 200억원, 투자매매업이 300억원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도입 근거가 마련됐다.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거래 대금이 증가하면서 논의가 활발해졌다. 지난해 금융투자협회와 7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삼성·NH투자·한국투자·KB·키움·신한투자)가 설립을 추진해 11월 넥스트레이드 창립총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은 ATS와 한국거래소 간 경쟁 체계가 만들어지면 비용과 서비스가 개선되고 거래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TS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를 상대로 거래수수료를 낮추고 다양한 체결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고, 한국거래소도 이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 편의로 보자면 개인투자자가 지금처럼 주식거래 때 특정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사용하는 것은 변화가 없다. 다만 해당 증권사가 ATS와 거래하고, ATS의 거래수수료가 한국거래소보다 낮다면 더 낮은 수수료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ATS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독점이 깨진 만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수익이 저하할 수밖에 없다”면서 “안 그래도 한국거래소 직원 급여가 다른 주요 금융사에 역전된 상황에서 내부의 위기의식이 크고 인력 이탈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ATS가 두 자릿수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ATS는 2021년 말 기준 62곳이고, ATS가 상장주식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11.3%였다. 정규 거래소는 61.6%, 장외거래는 27.1%였다. 유럽의 ATS라고 할 수 있는 다자간거래시설(MTF)은 2020년 142개, 상장주식 점유율은 28%였다.
일각에서는 첫 출범을 앞둔 국내 ATS가 해외처럼 정착하려면 거래대상을 다양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정규 거래소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비상장주식, 거래 비용이 높은 채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ETF 등 ATS에서 매매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다각화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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