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41.8도…펄펄 끓는 유럽

역대급 폭염에 시민들 신음
그리스는 산불까지 겹쳐

이탈리아 전역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19일(현지시간) 로마 판테온 근처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머리에 물을 끼얹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이 ‘역대급’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운 가운데 그리스에서는 산불마저 겹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18일(현지시간) 41.8도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6월 이전 최고기온(40.7도)을 넘어섰다. 남부 시칠리아와 사르디니아는 최고기온이 각기 41도와 45도를 기록했고, 남부 아풀리아, 바실리카타, 칼라브리아 일부 지역도 온도계가 40도를 가리켰다. 로마에서는 더위를 참다 못한 관광객과 시민들은 분수대의 물줄기로 더위를 식혔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탈수 증세 등으로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들이 20~25% 증가했다. 나폴리 카다렐리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동안 231명이 폭염 관련 질환으로 찾아왔다. 6분에 1명꼴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 의사협회 부회장 조반니 레오니는 “이탈리아는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면서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폭염에 노출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부는 로마와 피렌체 등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19일에는 폭염 경보를 23개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랑스 남부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알프스산맥 해발 1860m에 위치한 휴양도시 알페뒤에즈의 기온이 29.5도를 기록했다. 피레네산맥 기슭에 있는 베르됭은 사상 처음으로 40.6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옵스(38.6도), 보브나르그(37.3도), 레노(38.3도) 등이 사상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와 발레아레스 제도는 최고기온이 44도를 기록했다.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보아데야 저수지는 역대 최고인 45도를 기록했다. 동부 카탈루냐, 아라곤, 발레아레스 제도 등 3개 지역에는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카나리아제도 라팔마에서는 지난 15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산림 4600㏊와 건물 20여채를 태운 후 계속 번지고 있다.

그리스도 지난 주말 관광 유적지인 아크로폴리스 개방을 중단할 정도로 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아테네 서쪽 휴양지 루트라키에서 발생한 산불도 이틀째 잡히지 않아 수천명이 대피했다. 그리스 중남부는 20일 최고기온이 44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긴급대응조정센터는 이탈리아, 스페인 북동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부, 몬테네그로 등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유럽의 이상 폭염은 최근 몇년간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이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유럽을 산업화 이후 온난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대륙으로 지목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