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때마다 생각나죠…" 747번 버스 잊지 못하는 승객들
[앵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닷새째, 사고 현장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지만 쉽게 747번 버스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료 기사는 먼저 간 동료의 몫 대신 홀로 버스를 몰고, 단골 승객들도 한 번은 스쳤을 수도 있는, 허무하게 먼저 떠난 승객들을 애도했습니다.
747번 버스를 이채연 기자가 함께 타봤습니다.
[기자]
버스 곳곳은 처참히 부서지고, 깨졌습니다.
안쪽 바닥엔 여전히 진흙이 남아 있습니다.
버스 승객만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주검으로 돌아온 동료를 마지막으로 보낸 날, 동료 기사는 마음을 추스르고 홀로 다시 '747번 버스' 운전대를 잡습니다.
<동료 버스 기사> "(매일) 30분씩 휴게실에 같이 있었어요. 마음이 이젠 그러네요, (아침에) 조문을 갔다 와서 마음이 불편하네 굉장히."
20년 경력 베테랑 기사들만 몬다던 버스, 35년간 몸에 밴 길인데 이젠 동료 몫까지 대신 몰게 됐습니다.
<동료 버스 기사>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어요. 그 친구 정말 좋은 친구였는데…청소 같은 것도 도맡아서 많이 했거든요."
사고 직전 이미 두 대의 버스는 문제 없이 지나갔고, 물은 순식간에 차올랐습니다.
<동료 버스 기사> "우리 747기사들이 그 도로는 처음 가봤을 거예요 그날. (앞선) 차가 지나갈 때 물이 막 들어왔고 그러면 뒷차에게 연락했겠죠. 그때는 상황이 안 벌어졌던 것 같아요."
하나 둘 씩 단골 승객들이 올라탑니다.
기차역과 대학교, 공항을 오가는 노선이라, 유독 놀러 오는 사람도, 학생도 많습니다.
매일 이 버스를 오르내린 승객들에게 '747'은 잊을 수 없는 숫자가 됐습니다.
<최광수 / 승객> "탈 때마다 (사고가) 생각나죠. 돌아가신 분들 명복도 빌고…"
생사의 갈림길이 이렇게 허무할 수 있는지,
<박지수 / 직장인> "2개월 차 된 신랑분도 계셨다고 하고, 20대 청년도 타고 있었다고 하고, 친구 남편의 후배가 타고 있었어요. 너무 가까이 느껴졌죠 더."
왜 참사는 되풀이되는지, 통제만 제대로 됐어도 없었을 희생.
'네 탓'이다 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에, 여전히 답답한 부분도 많습니다.
<김민규 / 대학생>"이태원 (참사) 사고도 그렇고, 이번 호우로 인한 사고도 그렇고, 똑같이 비가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나지 않은 곳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여기도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사고가 났던 747번 버스는 인근 분기점에서 원래 가던 길이 막혀버리자, 약 5km를 우회해 문제의 지하차도로 접어들었고 결국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버스 노선 관리 주체인 청주시는 숨진 시내버스 기사가 연락이 안 된다는 걸 사고 1시간 45분 뒤에야 인지했습니다.
그 400미터가, 숨진 이들에겐 너무나 먼 거리였습니다.
연합뉴스TV 이채연입니다. (touche@yna.co.kr)
#747버스 #충북_오송 #지하차도 #침수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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