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전동킥보드 타다 ‘쾅’…대법 “자동차처럼 가중처벌 대상”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타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가중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0월 서울 광진구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마주오던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였고, 자전거 운전자는 전치 2주 상해를 입었다.
1심은 A씨의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거론하며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재판 중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가 포함된 ‘자동차 등’이 아닌 ‘자전거 등’으로 분류됐다. A씨는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은 자전거에 준해 처벌하는 쪽으로 도로교통법이 바뀌어 위험운전치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가법상 가중처벌 조항은 ‘자동차 등’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특가법 조항은 자동차와 함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는 행위자를 행위 주체로 명시하면서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전동킥보드의 운전자에 대해선 양형 단계에선 처벌 수위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이 개인형 이동장치를 ‘자전거 등’으로 분류했다고 해서 범죄 성립과 처벌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개정 도로교통법은 통행 방법에 관해 개인형 이동장치를 자전거에 준해 규율하면서 입법기술상 편의를 위해 ‘자전거 등’으로 분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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