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고립되는 마을…“마트도 병원도 못 가”
[KBS 전주] [앵커]
이번 집중호우로 순창에서는 섬진강 하류에 있는 2개 마을이 고립됐습니다.
많은 비에 섬진강댐 방류량까지 늘면서 불어난 물에 마을 진입로가 모두 잠겨버린 건데요.
폭우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우회도로 공사는 6년째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김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을로 향하는 길목이 온통 물바다입니다.
마을 밖으로 나오려던 차량은 건너오지 못하고, 오토바이도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나머지 마을 진입로도 물에 잠겨 통제됐습니다.
엿새간 400밀리미터 넘는 많은 비가 온데다, 섬진강댐 방류량까지 늘면서 하류 마을 진입로가 모두 물에 잠겨버린 겁니다.
마을 옆으로 흐르는 섬진강 물살은 여전히 거세고 이번 집중호우 때 불어난 물로 도로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마을 주민 50여 명은 지난 14일부터 답답한 고립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마을 밖으로 나가려면 가파른 산길을 걸어서 나오는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고령인 마을 주민들에게는 버거운 일입니다.
[안형석/순창군 내룡마을 주민 : "나이 먹어서 다니기가 어렵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 길로 (다녀요.)"]
섬진강 하류에 있는 인근의 또 다른 마을은 비가 그치고서야 길이 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교는 불어난 물에 잠겨 자취를 감췄고 고추와 참깨가 있던 자리는 쑥대밭이 됐습니다.
엿새 만에 마을 밖으로 나온 주민들. 약이 떨어지고 생필품이 바닥나며 노심초사했던 마음을 이제야 가라앉힙니다.
[박홍주/순창군 회룡마을 이장 : "약 떨어지신 분들이 좀 힘들었는데 참고 있다가 도로가 나와서 이제 병원에 가시고..."]
섬진강 하류에 위치해 집중호우 때면 마을이 고립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2018년부터 추진하겠다던 우회도로 공사는 여태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양갑영/순창군 내룡마을 이장 : "계속 주장을 했고 빨리 도로를 내줘야 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순창군은 주민 요구 등으로 두 차례나 구간이 바뀌고 행정 절차가 많아져 사업 추진이 늦어졌다고 설명합니다.
3년 뒤에나 우회도로가 들어설 전망이어서, 고립 마을 주민들의 불안한 여름 나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이주노
김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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