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첫 중대시민재해 되나
시민단체·유족 “한 기관만 제 역할했어도…진상규명 해야”
충북지사·청주시장 등 중대재해 혐의 고발…경찰 검토 중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유족들이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충북지사·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혐의로 지방자치단체장과 행정기관장이 처벌되면 시민재해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가 된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5개 단체는 19일 충북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사는 어느 한 기관만 제대로 역할을 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 어느 기관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4명이 희생됐지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고발할 수밖에 없다”며 “엄중 수사를 통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희생자 5명의 유족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이모씨(49)는 “관련 기관들이 제때 대응하지 못한 인재로 14명이 희생됐지만 시장과 도지사 등 관련자들의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며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와 회피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충북도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20일 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 로비에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이날 충북경찰청에 행복도시건설청장과 충북지사, 청주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도 제출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법 적용 대상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이 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터널구간이 100m 이상인 지하차도, 광역시·도의 터널, 3차로 이상의 터널 등이 공중이용시설이다. 궁평 제2지하차도는 왕복 4차로로, 터널구간은 430m이다. 관리 주체는 충북도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행복청의 부실공사로 인한 미호천교 제방 유실, 교통 통제를 하지 않은 충북도와 청주시의 대응 미흡 등이다. 최우식 변호사는 “사고 현장인 지하차도와 미호천교의 제방 둘 다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 시설에 관리 등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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