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일 만에 ‘9860원 결정’…노동자 손 들어준 공익위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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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일간의 심의, 전원회의 15회 개최, 수정안 11차례 제출.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심의가 1박2일에 걸쳐 19일 끝나기까지 남긴 기록이다.
문제는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의 토대가 된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의 수준이었다.
10차 수정안 제시 뒤 공익위원들은 1만원을 노동계의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1만원과 사용자위원이 낸 9840원의 중간값인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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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밤샘협상 끝 노-사안 표결
110일간의 심의, 전원회의 15회 개최, 수정안 11차례 제출.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심의가 1박2일에 걸쳐 19일 끝나기까지 남긴 기록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 3월31일 심의를 요청한 지 110일 만이다.
노동계와 사용자 쪽은 시작부터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18일 14차 회의가 시작된 뒤 노동계는 8차 수정안으로 1만580원(10% 인상안)을, 경영계는 9805원(1.9% 인상안)을 제시했다. 양쪽의 차이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은 더 이상의 수정안 제시가 의미 없다고 판단해 공익위원들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문제는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의 토대가 된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의 수준이었다. 공익위원은 밤 10시께 인상률 2.1%~5.5%를 제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2022년(2.7%~7.6%), 2021년(3.6%~6.7%), 2020년(0.349%~6.1%) 심의 때와 견줘도 너무 좁고 낮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노동계는 조정한 안을 다시 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차 수정안 제시 뒤 공익위원들은 1만원을 노동계의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1만원과 사용자위원이 낸 9840원의 중간값인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동의했으나, 민주노총 쪽 위원 4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이 새벽 4시께 중재안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민주노총 쪽이 “노동계가 합의한 적이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최임위는 “노사가 합의 가능한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판단 아래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조정안으로 (9920원을) 제시했지만,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4명)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공익위원 중재안 9920원에서 되레 60원 깎인 9860원으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수치상의 손해는 이후 양대 노총의 결의와 투쟁의 결과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익위원의 ‘9920원 중재안’이 무산되자, 결국 위원회는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남은 것은 근로자위원이 마지막 수정안으로 낸 ‘1만원’과 사용자위원이 낸 ‘9860원’이었다. 최임위는 애초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각 9명(총 27명)으로 구성됐는데, 근로자 위원 1명이 빠진 상태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사용자 쪽 최종 제시안에 위원 17명이 표를 던졌다. 근로자 위원 안은 8표, 기권이 1표였다.
이날 최저임금 결정 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내어 “최초안으로 (최저임금) 동결을 제시하였으나,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면서도 “사용자위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로, 우리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 “최악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평가하며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존재와 가치를 상실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별도 입장문을 내는 대신, 류기섭 사무총장이 표결 뒤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위 취지와 사라진 공정성, 자율성, 독립성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임위는 이날 내년 최저임금 확정을 알리는 자료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65만~334만7천명, 영향률은 3.9%~15.4%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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