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때 골프’ 홍준표 결국 사과
‘수해 중 골프’ 비판에 “괜한 트집”이라며 정면 대응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태 나흘 만인 19일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이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우가 내리던 지난 15일 골프장을 찾은 것과 관련해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전날까지 “아직도 국민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는 태도를 보였다.
홍 시장의 태세 전환은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대권주자까지 지낸 당의 원로이고 광역자치단체장이면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건 상식”이라고 홍 시장을 비판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홍 시장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전날 직권으로 20일 회의 때 홍 시장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당 지도부에서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홍 시장이 태도를 180도 바꿨다는 것이다.
홍 시장 징계는 불가피하며, 사과가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줄지도 여론을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여당 지도부 기류다. 특히 홍 시장이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면서 일을 키운 것이 더 문제라는 분위기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홍 시장이) 사과를 하셨기 때문에 윤리위가 판단하는 데 어느 정도 참작은 될 수 있다”면서도 2006년 홍문종 당시 경기도당위원장이 수해 중 골프를 쳐 제명된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여러 가지 점들이 참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조미덥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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