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군 월북은 고의…북과 적절한 접촉 중”
해당 병사, 징계 앞두고 도주
JSA 견학 참여 과정은 불명
북·미 대화 이어질지에 주목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월북한 미군 장병이 고의로 북한에 넘어간 것이라고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미 국방부는 월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군과 접촉 중이다. 월북한 미군 장병은 징계를 받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호송될 예정이었던 이등병이라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JSA) 견학 도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장병의 안녕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 집중하면서 향후 며칠간 사건의 전개 상황을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국방부가 북한 카운터파트와 적절한 접촉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런 노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라면서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협력해 상황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군 측과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월북한 미국인이 트레비스 킹 이병(23)이라고 보도했다. 2021년 1월 정찰병으로 입대한 킹 이병은 한국 순환근무 도중 폭행 혐의로 거의 두 달간 구금됐다가 지난 10일 풀려났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찬 혐의로 기소돼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킹은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호송될 예정이었으나 공항까지 간 후 갑자기 도주해 JSA 견학 프로그램에 합류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자는 킹을 공항까지 호송한 인력이 세관까지 킹을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다고 CNN에 전했다. 혼자 남게 된 킹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다시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판문점에 갔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킹이 어떻게 공항을 바로 빠져나와 JSA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JSA 견학은 신원확인 등의 절차 때문에 당일 신청 참여가 어렵고 사전 등록을 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킹이 사전에 치밀하게 월북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미 언론에 따르면 킹과 같은 투어 그룹에 속해 있었다는 한 목격자는 “판문점의 한 건물을 둘러보고 있을 때 이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과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미 고위 인사가 방북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북·미 접촉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리고 왔다.
이번에도 월북한 킹 이병의 신변 문제를 놓고 북·미가 마주 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한·미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최근에도 김여정 부부장의 연쇄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화 제안을 거부한 데다, 킹 이병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자진 월북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북·미 간 기류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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