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숨진 봉화 현장엔 유족들만…“공무원 안 오고 복구 절차 안내도 없어”
“대통령이 간 곳만 현장인가” 아무도 연락 없어 황당·분통
잔해 청소도 피해자가 해야…군·춘양면은 서로 책임 돌려
“대통령이 간 현장만 수해 현장입니까.”
이모의 장례를 치르고 온 엄성용씨(51)는 19일 폭우로 산산이 부서진 집 앞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엄씨의 이모는 지난 15일 새벽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에 있는 주택에서 흙 더미에 깔려 남편과 함께 사망했다. 도로 옆엔 아직도 부서진 집기와 옷가지가 철근과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이날 현장에 나온 공무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엄씨와 유족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유품을 건지며 “오늘 비가 그쳐서 (현장에) 처음 올라왔는데 아무도 없고 아무런 연락도 없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지나가던 군인들이 우리에게 잔해를 치워야 하냐고 물어봤다”면서 “어떻게 공무원 한 명이 안 나올 수가 있냐”고 말했다.
유족들은 재해 복구 절차를 안내받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봉화군에 따르면 재해로 집이 부서질 경우 피해자들은 면사무소에 피해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현장을 조사한 뒤 피해 규모에 맞춰 보상금을 지급한다.
피해자들은 이 보상금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잔해를 치워야 한다. 피해자가 먼저 신고하지 않으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복구 역시 스스로 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봉화군과 춘양면은 유족에게 이러한 절차조차 안내하지 않았다.
춘양면은 유족 항의를 받고서야 절차 확인에 나섰다.
춘양면 관계자는 “유족 전화를 받고 봉화군에 확인을 해보니 경찰 조사가 끝나야 현장을 치울지 보존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더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경찰에 문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엄밀히 말하면 절차 안내는 우리 소관이 아닌 군 소관”이라면서 “우리도 절차를 몰라서 안내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은 춘양면에 책임을 돌렸다. 봉화군 관계자는 “면에 유족이 피해신고서를 제출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면 담당자가 절차를 얘기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족은 춘양면에 문의한 잔해 정리 절차 관련 답변도 아직 듣지 못했다. 엄씨는 “답답하다. 슬픔에 잠겨 있는 유족들에게 알아서 잔해를 치우라는 것이냐”면서 “장비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란 말이냐. 국가적 재난 사태라고 떠들기만 하면 뭐하냐”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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