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 ‘오송 참사’ 발생 1시간 지나 알았다
첫 사망자 발생 보고 받고도 바로 안 찾아…3시간 후 도착
이범석 청주시장도 4시간45분 후 보고 받아…시 “착오”
김영환 충북지사(왼쪽 사진)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1시간 뒤에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범석 청주시장(오른쪽) 역시 사고 발생 4시간45분이나 지나 보고를 받았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사망했다.
19일 충북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참사 당일인 15일 오전 6시20분 도청 재난상황실에서 호우 재난상황 대책회의를 한 뒤 같은 날 오전 6시40분쯤 간부회의를 했다.
이후 자택에서 대기하던 김 지사는 오송 지하참사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9시44분 비서실장을 통해 유선으로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 지사는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괴산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비서실장은 김 지사에게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있다. 인명 피해는 잘 모르겠다. 괴산으로 가셨다가 오송으로 이동하시면 좋겠다”고 통화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45분쯤 괴산댐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목도교 인근 주민대피 요청을 했다. 이후 오전 6시30분~9시22분 괴산댐 월류가 발생하며 8개 마을이 침수되고, 충주 등 하류지역 6500여명이 학교와 면사무소로 대피했다.
이날 10시50분쯤 괴산에 도착한 김 지사는 2시간가량 현장 상황을 둘러봤다. 이후 낮 12시10분쯤 청주로 돌아와 참사현장이 아닌 흥덕구 옥산면의 물에 잠긴 농가를 찾았다. 지하차도에서 첫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이날 오전 10시25분이었다. 김 지사는 사망자 발생을 보고받았음에도 바로 현장을 찾지 않은 것이다. 김 지사가 참사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3시간가량이 지난 오후 1시20분이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직원이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파악한 뒤 보고를 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범석 시장도 늑장 보고를 받았다. 청주시에 따르면 이 시장이 참사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이다. 참사 발생 4시간40여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당시 청주시 부시장은 오전 9시15분쯤 시청 당직실에서 상황을 보고받았고, 오전 10시40분 현장에 도착했다. 부시장은 오전 11시30분 이 시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 시장은 참사 현장에 오후 2시40분에야 도착했다.
청주시는 이와 관련해 “참사 당일 늑장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오전 9시40분쯤 부시장이 비서실장에게 사고 사실을 전달해 이 시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 (4시간40여분 만에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언론 대응 부서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도지사와 시장 모두 재난 대응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보고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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