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률, 역대 두 번째로 낮아…노동계 “답정너 심의” 반발
당초 코로나 종식 등 최소 5% 전망…“저임금 노동자 외면”
정부 고위 인사 ‘9800원선’ 발언, 가이드라인 줬나 의구심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9620원)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며 기획재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3%)보다 낮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 “답정너 심의”라며 반발했다. 앞서 한 경제지가 지난 1일 보도한 ‘내년 최저임금이 9800원선’이라는 정부 고위 인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1987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전년 대비 인상률이 2.5% 아래인 해는 2021년(1.5%)뿐이었다.
애초 노동계에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도 5%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던 지난해와 올해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5.1%와 5.0%였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도 사실상 종식되고 물가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각종 수치도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실었다.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쓰이는 ‘2022년 비혼 단신노동자 실태생계비’가 전년보다 9.3% 증가한 241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노동계 기대와 달리 올해도 ‘1만원의 벽’을 넘지 못한 데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18일 14차 전원회의에서 심의촉진구간(중재안)을 9820~1만150원으로 제시했다. 상한선은 1만원을 웃돌지만 해당 구간의 중간값은 9985원으로 1만원 미만이다.
노사 10차 수정안을 토대로 하긴 했지만 공익위원들이 회의 막바지에 제시한 ‘조정안’도 9920원(3.1% 인상)이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는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공익위원들이) 조정안으로 9920원을 제안하면서 정부 고위 관계자 가이드라인 이야기는 정리됐다고 본다”며 “보도와 달리 9920원을 조정안으로 제시했고, 민주노총이 조정안을 받지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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