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목숨값이 구명조끼만 못하냐” 해병대 실종에 쏟아진 분노
19일 경북 예천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스무 살 해병대원에게, 군 당국이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온라인에는 분노와 비난이 쏟아졌다. “군인 목숨값이 구명조끼 한벌만 못하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성인용 구명조끼 제품 가운데는 1만원대 제품도 많았다.
아들 실종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병사 부모는 현장에서 오열했다.
부친은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냐,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며 “구명조끼도 안 입히는 군대가 어딨느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며 “어제 저녁에 (아들과) 딱 2분 통화했다.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 겄네”라고 절규했다.
모친은 “아니 어떻게 못 구하셨냐”며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이런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해병대에 가고 싶어 해 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갔는데. 어딨어요. 내 아들”이라며 주저앉았다.
부친은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요,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요 살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구조 현장에 투입된 소방 인력은 구명조끼를 갖추고 있었다.
부친이 궁금해하던 구명조끼의 가격은, 온라인에서 1만원대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온라인에선 분노의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네티즌들은 불어난 강물에 스무살짜리 해병을 ‘맨몸’으로 투입한 군 당국의 태도에 분개했다. “보여주기식 구조활동을 위해 사병을 희생시켰다” “지휘관 자기 자식이면 그랬겠느냐” “젊은 장병들이 아무 때나 가져다 쓰는 싸구려 소모품이냐”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우리가 아직 개도국이냐” “쌍팔년도 군대냐”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로 감옥 보내라” 같은 댓글도 보인다.
실종자 수색 작업에 왜 병사들이 투입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수색 분야 전문가가 아니고 일반 병사를 강물에 투입시킨 이유를 모르겠다” “나라 지키라고 보낸 애들을 왜 저런 활동에 쓰는가” “구조 수색 지식이 없는 군인들이 왜 수색 작업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등이다.
국방부와 해병대 등에 따르면, 해병대 1사단은 이날 오전 실종자 수색 작업을 위해 내성천에 장병들을 투입했다. 병사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짝을 맞춰 장화를 신고 수색에 투입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구명조끼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포병대대 소속 A(20)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내려갔다. 함께 물에 빠진 동료 해병 2명은 수영을 해서 탈출했지만, A 일병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구조를 요청하며 그대로 떠내려갔다.
해병대 1사단 측은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구명조끼가 제공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에 들어갔을 때 깊지 않았으며, 소방 당국과 협의가 이뤄진 하천간 도보 수색 활동이었다”며 “유속이 낮은 상태에서 지반이 갑자기 붕괴할 줄 몰랐다”고 연합뉴스에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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