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버스요금보다 더 적게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9620원에서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19일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래 1.5%였던 2021년에 이어 두번째 낮은 인상률로, 하반기 버스요금(서울) 인상액(300원)보다 적게 오른 셈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3.3%)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삭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최저임금 1만원 벽을 넘지 못한 데는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외면한 사용자 측 논리에 공익위원들이 가세한 결과다. 노사는 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는 막판 줄다리기를 벌였다. 각각 1만원, 9860원을 제시한 노사 최종안을 표결에 붙인 결과 사용자 측의 ‘9860원’ 안으로 결정됐다.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제안한 액수의 중간 지점인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안했음에도 ‘노동자 측 거부’를 이유로 표결에 붙이는 대신 사측 최종안을 투표로 지지했다. 그 결과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은 결정 과정도 파행이었다. 고공농성 중 경찰진압에 저항하다 구속된 한국노총 소속 김준영 노동자위원에 대한 강제해촉에 이어 노동계가 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한 위촉 거부로 결국 노동자위원이 1명 부족한 상태에서 심의가 진행됐다. 초기부터 제기된 일부 공익위원의 정부편향 시비에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가이드라인성 발언까지 등장하면서 위원회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흠집이 났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정결과를 정부 개입에 의한 ‘답정너’ 결과라고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선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월급으로 206만740원, 명목상으론 올해보다 매달 5만160원을 더 받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비혼단신생계비(241만1320원)에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줄줄이 오를 공공요금 등을 감안하면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지만 언제까지 생산성 향상 대신 저임금에 기대겠다는 것인가.
한국 경제는 최대 버팀목인 수출의 부진이 구조화·장기화하는 형국이다. 이럴 때에는 재정과 민간소비 등 내수가 경제를 떠받쳐야 하지만 정부는 재정을 풀 생각이 없고, 소득이 뒷걸음치게 된 노동자들도 지갑을 열 리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내수살리기 차원에서라도 최저임금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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