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미군 병사의 월북
1960년대 초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던 주한미군 병사들이 잇따라 월북했다. 1962년 5월 래리 앱셔 일병을 시작으로 제임스 드레스녹 일병(1962년 8월), 제리 페리시 병장(1963년 12월), 찰스 젠킨스 하사(1965년 1월) 등 4명이 2년반 동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미군 최초 월북자인 앱셔는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게 적발된 데다 총기까지 분실하자 처벌을 우려해 북한으로 갔다. 드레스녹은 군 생활에 대한 불만이, 젠킨스는 소속 부대의 월남전 파병에 대한 두려움이 이유였다. 미군이 최전방감시초소(GP)를 맡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월북이 가능했다.
북한은 미군 월북자들을 제 의지로 찾아들어온 의거입북자로 불렀다. 하지만 체제도 문화도 이질적인 곳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북한은 이들에 사상교육을 강화했고, 1972년에 공민증을 줬다. 이들은 영어를 가르치거나 체제 선전 영화에 동원됐다. 드레스녹은 반미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 20부작에서 인민군 포로들을 괴롭히는 포로수용소장 아서 콕스터드 중령을 연기했는데 ‘아서 선생’으로 널리 알려졌다. 젠킨스도 이 영화에서 미국 침략계획 담당자로 출연했다.
4명 중에서 살아서 북한 밖을 나온 것은 젠킨스뿐이었다. 그의 부인인 납북 일본인 소가 히토미(북한명 민혜경)가 2002년 북·일 간 일시귀국 합의를 깨고 영구귀국한 것이 계기였다. 젠킨스는 2년 뒤 두 딸을 데리고 부인을 만나 일본에 정착했다. 젠킨스는 미군 군법회의에서 금고 30일 판결을 받았고, 이병으로 강등돼 불명예 퇴역했다. 젠킨스는 “제 인생에서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지만 이미 39년이 흐른 뒤였다.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돌연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1982년 조지프 화이트 일병에 이은 41년 만이자, 7번째 미군 월북자다. 킹은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고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송환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 북한과 군 채널을 통해 접촉을 시작했다. 북한이 그를 아무 조건 없이 돌려보낼지, 협상 카드로 활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어느 쪽이든 단절된 북·미 간 대화에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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