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2년 만에 한반도 찾은 美전략핵잠수함… 주변 경계부터 '삼엄'

국방부 공동취재단 허고운 기자 2023. 7.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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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내 취재진에 부산 정박 중인 '켄터키함' 공개… 尹대통령도 다녀가
"北공격에 신속하고 압도적인 대응력"… '핵무기 실었냐' 물음엔 "NCND"
1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SSBN-737).(국방일보 제공)

(부산=뉴스1) 허고운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미군 당국이 19일 우리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기항 중인 '오하이오'급(1만8750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SSBN-737)를 국내 취재진에 공개했다.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위협에 맞선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부산작전기지 내 부두엔 무장한 미군 병력들 사이로 '켄터키함'이 정박 중이었다. 그 주변엔 외부의 시선을 가리기 위한 목적인 듯 다수의 컨테이너 등이 놓여 있었다.

켄터키함은 서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을 알리는 첫 회의가 열린 전날 부산에 왔다. 미군의 오하이오급 SSBN이 우리 군항에 입항한 건 1981년 '로버트 리'함 이후 42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미 양국 정부는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핵운용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한미 NCG 설치와 미군 SSBN의 우리나라 기항 모두 '워싱턴 선언'에 담긴 양국 정상 간 합의 사항이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개념을 말한다.

1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SSBN-737).(국방일보 제공)

취재진이 이날 항구 내 진입로를 따라 켄터키함 정박 위치까지 이동하는 길엔 유조차량과 발전기 등이 여러 대 위치하고 있었다. 또 기지 밖 민간인 지역과 가까운 방향으로는 기관총이 거치돼 있는 모습도 보였다.

SSBN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핵 3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주요 전략자산인 만큼 그 주변 풍경은 기지 내에 정박 중인 그 어느 함정보다 경계태세와 보안이 삼엄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취재진의 시야에 켄터키함의 모습이 들어왔다. 켄터키와 같은 오하이오급은 길이 약 170m, 폭 약 13m 크기로서 미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다. 켄터키는 총 18척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가운데 12번째로 건조돼 1991년 취역했다.

켄터키함과 부두를 연결하는 가교엔 켄터키함의 모토인 '함대의 서러브레드'(Thoroughbred of the fleet)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러브레드'란 '최고 혈통' '순종'을 뜻하는 표현이다. 켄터키함은 미 워싱턴주 킷샙 해군기지 소속이다.

켄터키함 함수 쪽엔 '네이비 잭'이라고 불리는 미 해군기가, 그리고 함미엔 성조기가 게양돼 있었다.

그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쏴 올리는 24문의 수직발사관(VLS)엔 덮개가 씌워져 있어 취재진이 직접 볼 순 없었다. 함내 취재 역시 제한됐다.

1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SSBN-737).(국방일보 제공)

켄터키와 같은 오하이오급 SSBN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SLBM '트라이던트-Ⅱ'를 운용한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1만2000㎞에 이른다.

이 미사일 20여발의 위력은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1000배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으로 미국은 다시 한 번 '확장억제' 공약을 확고히 했다"며 "또 북한이 대한민국에 그 어떤 핵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실장은 "켄터키함은 미국의 '핵 3축' 가운데 가장 생존성 높은 능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켄터키함이 현재 핵무기를 싣고 있느냐'는 물음엔 "일반적이거나 특정한 장소에서 핵무기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는 게 미 정부의 정책"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미 해군의 SSBN은 평소 바닷속에서 은밀히 활동하다 유사시 선제타격은 물론 미 본토가 핵공격을 받았을 때 보복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전략무기란 점에서 상시적으로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SSBN-737).(국방일보 제공)

이 때문에 미 SSBN이 외국 군항에 기항하고, 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간주된다. 한미 당국은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 사실 공개를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한반도에 대한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the regular visibility) 증진'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카라 아베크롬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군축정책조정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함께 켄터키함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내 지휘통제실과 미사일통제실, 미사일저장고 등을 살펴보고 함장으로부터 켄터키함의 임무수행 능력 등에 관해 보고받았다. 미 SSBN에 외국의 군 통수권자가 오른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전략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이 된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SSBN이 한국을 방문한 건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에 맞춰 이날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잇달아 발사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쏜 SRBM의 비행거리는 550여㎞로서 평양에서 부산까지에 해당하는 거리였다.

북한은 1주일 전인 이달 12일엔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두 번째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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