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톱은 숨겼지만…北초토화 가능 SLBM 20발 싣고 온 켄터키함

박수윤 2023. 7. 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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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작전기지 입항한 美핵전력 '최강병기' SSBN 켄터키함 찾아
SLBM 수직발사관은 덮개 아래에…핵무기 실었느냐는 질문에도 "NCND"
부산에 기항한 미 핵잠수함 켄터키함 (서울=연합뉴스) 1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 1부두에 미국 핵전력의 '최종병기'로 불리는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정박해 있다. 2023.7.19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9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기지.

기관총을 든 미군 병사에게 신분증 검사와 몸수색까지 받은 뒤 들어선 이곳에는 삼엄한 긴장감이 흘렀다.

보안검사 뒤 기지 안으로 들어섰지만 준비가 덜 됐다며 두 차례나 취재진을 다시 기지 밖으로 물린 주한미군 관계자는 "중요한 전략자산이라 절차가 까다로우니 이해해달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강렬한 햇볕 아래로 미국 핵전력의 '최종병기'로 불리는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짙은 검은색으로 도색된 선체는 길이 170m, 폭 12m에 달해 한눈에 전체 규모가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미국은 현재 오하이오급(1만8천750t급) SSBN 14척을 운용하고 있으며 켄터키함은 오하이오급 가운데 12번째로 건조됐다.

오하이오급은 폭발력 100kt(1kt=TNT 1천t의 폭발력) 위력의 탄두 8∼12발이 들어있는 SLBM(트라이던트-2 D5)을 탑재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시각에는 수직발사관 24개가 모두 덮개로 가려져 있었지만, 북한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의 SLBM 20여발이 덮개 밑에 웅크리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위압감이 들었다. 마치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맹수와 같은 인상이었다.

켄터키함은 사거리 1만3천㎞에 달하는 SLBM을 24발까지 탑재할 수 있으나 미러 간의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통상 20여기만 싣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SLBM 20여발의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천 배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은 SLBM 발사를 통제하는 전투정보실을 비롯한 잠수함 내부를 취재진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취재진을 안내한 주한미군 공보실장 아이잭 테일러 대령은 켄터키함이 현재 SLBM을 싣고 있느냐는 질문에 "핵무기의 탑재 여부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게 미 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SSBN이 핵 무장을 하지 않고 작전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무기가 실렸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미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승함 (부산=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에 승함하고 있다. 2023.7.1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ane@yna.co.kr

SSBN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폭격기(B-52H·B-2A)와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SSBN은 적의 턱밑까지 다가가도 상대가 알아챌 수 없다는 '은밀성'이 핵심이어서 동선 자체가 기밀이다.

그럼에도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전날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제적으로 켄터키함의 한국 입항을 공표했고,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방부 출입기자단에도 잠수함 면면이 공개됐다.

미 핵전력이 전 세계에서 24시간, 연중무휴 작전을 펼치면서 육상, 해상, 공중 어디서든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북한은 지난 12일 고체연료 추진 ICBM '화성-18형' 발사에 이어 이날 새벽에도 기습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는데, 이처럼 일상화된 북한의 도발에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지는 것을 의식한 조치로도 읽혔다.

테일러 공보실장은 "켄터키함은 미국의 핵운용 3축 중 가장 생존성 높은 능력을 제공한다"며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으로 미국은 다시 한번 확장억제에 대한 공약을 확고히 하고,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그 어떤 핵 공격이라도 감행할 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켄터키함이 언제까지 한국에 머무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추후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양국은 지난달 16일 미 해군의 핵 추진 순항유도탄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부산에 입항했을 때도 연합훈련을 시행했다.

특히 이날 부산작전기지에는 사흘 전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에 참여했던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구축함 '존 핀'(DDG-113)이 정박해 있었던 만큼, 추가적인 연합훈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 기항한 미 핵잠수함 켄터키함 (서울=연합뉴스) 1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 1부두에 미국 핵전력의 '최종병기'로 불리는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정박해 있다. 2023.7.19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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