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조각하다 [아트총각의 신세계]
국내 조각 작품 알리는 전시
중견·신진 망라한 조형작가 초대
조형 작품이 주는 매력 감상
잠깐 르네상스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때 거장들의 조각 작품 중엔 신적인 표현력을 뽐낸 게 많았다. 포도밭에서 발견된 '라오콘', 성모 마리아와 그의 아들 예수를 작품으로 승화한 '피에타'를 보면 조각 작품 특유의 품격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조각 작가 중엔 자부심이 큰 이들이 제법 많다.
문제는 이런 웅장한 조각 작품을 보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아트 트렌드가 회화 작품 중심이어서다. 고층 건물의 경우, 법적으로 조형 작품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선 조각 작품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지난 6월 15일 '스페이스 소'에서 개막한 '땅에서 솟아나 공중으로'란 전시회는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이 전시회에선 중견작가와 신진작가를 망라한 조형작가 5명을 소개한다.
참여작가는 김한샘, 정지은, 최수앙(중견), 함진(중견), 홍정욱(중견)이다. 전시회를 짧게 총평해보면, '잔잔하면서도 깊은 인상'쯤 되겠다.
작품 중간중간에 감상 포인트를 적절하게 넣어 관람객에게 흥미를 부여할 만한 요소를 살렸다.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아티스트의 트렌디함과 중견작가들의 묵직함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도 볼만한 요소다.
김한샘 작가의 작품 '불공격'은 위트가 넘친다. 그만의 팝아트적인 매력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정지은 작가(엉금엉금 구멍이 난 초록), 최수앙 작가(Assemblage T1)의 작품은 조형이면서도 마치 회화 같은 미를 뽐낸다. 독특한 색과 형태는 볼거리다.
함진 작가의 '푸른광대'는 아트토이처럼 귀엽다. 순수미술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을 맘껏 드러낸다. 홍정욱 작가의 작품 'In situ'은 조형이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함과 형태를 모두 보여준다.
최근 들어 판화·동양화 작가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표현을 보여주면서 미술계에서 약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조형작가들은 그동안 조용했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들 역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렸다.
일상을 그리면서도 예술이 살아있는 듯한 묘한 작품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전시회를 적극 추천한다. 조형 작품이 주는 매력이 일상의 공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도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전시 기간은 7월 22일까지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