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도 없이… 전문의약품 ‘위험한 거래’ 기승 [약에 취한 대한민국③]
비만치료 주사 중고거래로... 마약성분 포함 감기약 해외직구
#여름 휴가를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김소라씨(가명·32)는 지역맘카페에서 비만치료제 A주사가 체중감량에 효과가 좋다는 글을 봤다. 김씨는 A주사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문의해 봤지만, 1개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구매가 망설여졌다. 그러던 중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A주사를 너무 많이 구매해 판매한다’며 시중의 반값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게 됐고, 바로 구매를 원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주선환씨(가명·21)는 일본 국민 감기약으로 불리는 B의약품이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 즐겨 찾던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B의약품을 검색해 약을 구매했다. 그런데 최근 주씨는 해당 감기약에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주씨는 B의약품이 국내에서 문제가 된다면 구매를 아예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등을 통해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거래되면서 약물 오남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까지 거래되고 있어 부작용 위험이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이 적발한 온라인 불법유통 사례는 총 2만432건에 달했다. 이중 스테로이드가 7천22건(34.4%)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임신중절의약품 6천496건(31.8%), 탈모치료제 5천922건(29%), 체중조절 관련 의약품 992건(4.8%) 순이었다.
이처럼 조사단이 연평균 4천건이 넘는 불법유통을 적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해외 직구 사이트 등을 통한 전문의약품 거래는 성행하고 있었다.
살 빼는 약으로 유명한 비만치료제 A주사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 쉽게 판매자를 찾을 수 있었다. 불법임을 아는 판매자들은 초성이나 은어 등의 단어를 사용해 판매 게시글을 올리고 거래를 이어갔다.
일본 국민 감기약으로 유명한 B의약품의 경우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국내에서는 제한된 양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베스트 상품’, ‘특가 세일’이라는 광고 문구까지 붙인 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 근절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중고거래 사이트나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 제대로 된 의약품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며 약이 변질됐거나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의약품 불법 거래는 오남용 문제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식약처가 단속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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