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점 노린 해외 약물 쇼핑…“무분별한 국내 반입 줄여야” [약에 취한 대한민국③]
약사법은 금지하고… 관세법은 허용 ‘충돌’
불법유통·오남용 우려… 특단의 대책 필요
해외 의약품들이 국내 입국자들을 통해 무분별하게 반입되면서 불법유통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관리 주체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9일 식약처와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입국 해외여행자는 관세법상 ‘자가사용 인정기준’만 맞추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모두 처방전 없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관세청의 자가사용 인정기준상 ‘내가 먹을 약’이라고만 하면 금지 약품이 아닌 이상 총 6병까지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 이를 초과하더라도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을 통관 허용 범위로 보장하고 있다. ‘3개월 복용량’은 용법에 따라 기본 인정기준인 6병을 초과할 수 있다.
일본에서 ‘국민 감기약’으로 불리며 한국인들이 여행 시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A감기약은 1병에 210정이 들어 있다. 이 약품은 최근 수원역에서 마약 투약 의심을 받은 여중생 2명이 20정을 한꺼번에 먹었다고 진술하기도 한 약물로,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기본 인정기준 내 양만 1천260정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는 식약처 소관인 약사법과 관세청 소관인 관세법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우선 식약처는 의약품의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을 관할하면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지정 및 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에 금지성분 등이 함유된 의약품과 식품 등의 수입 금지를 요청한다. 또 약사법을 통해 전문의약품을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의약품의 불법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관세청은 식약처의 요청에 따라 수입이 금지된 물품의 통관을 막는다. 다만 관세청은 관세법에 따라 국민 편익 등을 위해 간이통관절차를 운영하는 만큼 전문의약품도 술, 담배 등의 기호식품처럼 자가사용 인정기준만 충족하면 별다른 제지없이 통관된다. 더욱이 관세청은 선물을 목적으로 구매한 의약품 역시 자가사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들이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반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렇게 반입된 의약품들은 불법 약물 유통 온라인 거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관리 주체인 관세청과 식약처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자가사용 인정기준에 대한 협의요청이 아직까지 없었다”면서 “식약처가 요청하면 국민안전과 통관관리 측면 등을 고려해 (자가사용 인정기준 범위 축소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가사용 인정기준의 범위는 불법유통이 가능할 만큼 많지 않다”면서 “말 그대로 통관이기 때문에 식약처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의약품의 무분별한 반입으로 인한 불법유통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관세법상 의약품의 자가사용 인정기준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필기 경기도약사회 약국위원장은 “대리로 여러 사람이 함께 약품을 들여오는 등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이런 부분들을 모두 고려하면 자가사용 인정기준인 6병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오남용이나 불법유통의 여지가 커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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