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마음’ 포체티노, “알리 인터뷰 못보겠어...안아주고 싶어”
[포포투=정지훈]
토트넘 훗스퍼 시절 은사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고백한 델레 알리를 안아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알리는 한때 잉글랜드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투박한 유형이 많은 잉글랜드 내에서 독보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지녔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었지만 수비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 설 수 있었고 화려하진 않지만 간결한 개인기와 축구 지능이 돋보였다.
토트넘 시절 '최전성기'를 누렸다. 2015-16시즌 만 19세의 나이에 주전으로 자리 잡은 그는 리그에서만 10골 9어시스트를 올리며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2016-17시즌엔 리그에서만 18골을 넣는 등 득점력을 폭발시켰고 2년 연속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이 됐다. 엄청난 재능을 발휘한 그는 이 당시 해리 케인,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 라인'을 구축해 유럽을 호령했고 국내에선 손흥민의 절친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2019-20시즌 후반기부터 입지가 줄더니 2020-21시즌부터 전력 외 자원으로 전락했다. 경기에 나와도 영향력은 없었고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20-21시즌 출전 기록은 컵 대회 포함 27경기 2골 5어시스트. 잉글랜드의 미래로 평가받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2021-22시즌 전반기를 끝으로 토트넘을 떠났다. 이후 에버턴과 베식타스를 거쳤지만 이전의 폼은 되찾지 못했다. 최근엔 부상으로 에버턴에 복귀한 후, 웃음 가스를 섭취한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등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한때 베식타스가 알리에게 기회를 다시 줄 것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베식타스는 완전히 알리와의 연을 끊었다. 영국 매체 '리버풀 에코'에 따르면, 베식타스의 CEO는 "알리와의 계약은 끝났다. 그가 왔을 때 우리는 매우 흥분했다. 좋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서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했다.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알리는 에버턴으로 돌아왔다.
부진의 이유가 있었다. 최근 알리의 고백이 축구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알리는 게리 네빌의 유튜브 채널인 ‘디 오버랩’에 출연해 자신의 과거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알리는 자신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지인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었으며, 당시 경험들이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까지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할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난 6살 때 집에 방문한 어머니의 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내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난 7살 때 담배를 피우고 8살에는 마약을 거래했다. 11살 때는 옆집에 사는 사람이 나를 다리에 매달아 놓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알리는 “그리고 12살이 됐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됐다. 날 입양한 분들은 정말 놀라운 분들이었다. 새로운 부모님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해줬다. 만약 신이 사람들을 만들었다면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라며 새로운 부모님 아래에서 행복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알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이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리는 최근 튀르키예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정신과에 방문해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용기 있는 고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사인 포체티노 감독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알리의 인터뷰를 끝까지 보기 어려웠다. 알리는 선수로서 놀라웠고, 사람으로서도 넒은 마음을 가졌다.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런던으로 돌아가면 만나서 꼭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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