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 차세대 피아니스 스미노 하야토 "공부 쉴 때 피아노로 '기분 전환'"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공대 출신 첫 쇼팽 국제 콩쿨 준결승 진출자…오는 24일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
지난 2021년 '비전공자 출신 최초의 쇼팽 국제 콩쿨 준결승 진출자'로서 클래식계가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가 지난해에 이어 오는 24일 두 번째 내한 공연을 펼칩니다.
일본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28살 스미노 하야토의 이력은 색다릅니다. 3살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 신동으로 주목받았고, 도쿄대를 많이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명문 카이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교 공대와 대학원에서 정보과학기술을 전공하며 총장상까지 받았습니다.
공대에 진학한 뒤에도 좋아하는 음악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7년 아시아 쇼팽 국제 콩쿨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2018년 일본 피아노 지도자 협회(PTNA) 콩쿨에서 우승(특급 그랑프리 수상)했으며 2019년 리옹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3위를 수상했습니다.
연구자가 될지, 음악가의 길을 걸을지 고민하던 스미노 하야토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 '쇼팽 국제 콩쿨 준결승 진출'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의 두 번째 독주회를 앞두고 MBN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Q&A 형식으로 풀어봅니다.
A.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떻게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었는지 저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학과 음악이 모두 제게 일종의 기분 전환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쉴 때는 공부를 했고, 공부를 쉴 때는 피아노를 치고는 했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쉬지 않고도 두 가지를 계속해서 함께 할 수가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매일 5~6시간 정도 피아노 연주를 연습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연습하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공부하고, 또 음악 외의 다른 예술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 저는 클래식 음악을 아주 어릴 때부터 접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를 표현할 때 '근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기에 일반화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클래식 음악은 전반적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가 있을 텐데요. 그렇게 오래 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그만큼 그 음악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음악을 연주하면서 하나가 된다고 느낄 때면 저 스스로 감동받고 흥분도 되고요. 마치 제 삶이 구원받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A. 클래식 음악이 특정한 소수의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엘리트를 위한 음악'이라는 관념을 많은 분들이 버려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면 특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전 지식은 장르와 상관 없이 모든 음악을 이해할 때 필요한 부분이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음악 앞에서 다소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의미에서 연주자인 제가 연주하려는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관객들 앞에서 잘 설명을 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유튜브에서 현대 작곡가인 토마스 아데나 존 아담스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기 전에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유튜브 멤버들에게 그 곡에 대해 미리 설명하듯이 말입니다.
A. 카푸스틴의 음악부터 이야기하면, 카푸스틴의 곡은 클래식과 재즈 요소가 혼합된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연주할 때도 두 장르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하는데요. 그만큼 제게 도전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곡입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굴다의 곡은 마무리 부분에 카덴차(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가 포함돼 있는데요. 이 부분을 제 식대로 즉흥적으로 해석하고 연주할 예정입니다. 또, 장 필립 라모의 곡은 소콜로프가 연주하는 것을 제가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는데요. 그 연주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라모의 곡은 그루브(개성 있는 리듬감)적인 요소가 잘 곁들여져 있습니다. 때문에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작곡 '큰 고양이의 왈츠'는 저의 고양이를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크고 뚱뚱한 고양이인데도, 또 뛰어오르거나 놀 때 보면 둔하지 않고 재빠르거든요. 이런 대비되는 모습이 음악적으로 표현됐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곡 '태동'은 제가 지은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 2021년 쇼팽 국제 콩쿨 이후 재탄생한 저의 모습을 반영했다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쇼팽 국제 콩쿨 참가 직후에 작곡하게 됐죠.
제가 작곡한 곡들을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만요. 그렇다고 특별한 음악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정한 의도를 이해하려 하시기보다는 음악 자체를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오래 동안 이어져온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을 업데이트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피아노를 계속 연주하면서도 작곡과 편곡 공부도 지속해서, 나중에는 영화 음악이라든지 피아노 독주곡, 또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큰 작품까지 쓸 수 있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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