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어떤 게 본업인가
"대신 가서 곤장 열 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 냥씩 서른 냥은 꼽아놓은 돈이요, 마삯까지 닷 냥 제지했으니 그 품 하나 팔아보오." - 흥보가 中
흥부의 직업은 '날품팔이'였습니다. 밭일, 논일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굶기를 밥 먹듯이 했죠.
이때 고을 이방이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그저, 죄를 지은 사람 대신 매를 맞기만 하면 돈을 준다고요.
조선시대 땐, 실제로 '맞아야 사는 사람', 이름부터 안쓰러운 알바 '매품팔이'가 존재했습니다. 진짜 죄인이 누구인지 뻔히 알지만 관아에서도 눈감아줬죠.
"대리운전해?" "밤에만. 낮엔 택배하고." - 영화 '즐거운 인생'(2007)
지난해 투잡을 뛴 사람이 54만 6천 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침체, 고물가, 고금리에 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거죠.
이렇게 먹고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참 어려운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서울시의원과 구의원 523명을 분석했더니, 30%인 159명이 겸직보수가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이중 겸직 보수 액수를 밝힌 건 126명, 신고 보수액은 모두 56억 5천여만 원으로, 1인당 평균 4천488만 원. 의정비 수준에 달했죠.
그런데 이상하죠. 토지·건물 임대채무를 보유한 의원은 181명이었습니다. 근데, 임대업 겸직을 신고 의원은 28명뿐이라니요.
서울시만 그럴까요. 지방의회에서도, 이해충돌, 권한 남용 등이 숱하게 지적되고 있지만, 겸직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규정을, 이들은 잘 모르나 봅니다.
"범인 잡으려고 치킨집 하는 겁니까, 아니면 치킨집 하려고 범인을 잡는 겁니까." - 영화 '극한직업'(2019)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 수사를 위해 위장 창업한 통닭집이 대박이 나자, 본질을 잃고 가게에 몰두하는 팀원들을 보며 한 말입니다.
기초의원의 본질은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첨병 역할을 하라는 건데, 자기들이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않다니요.
난 의심받을 게 없다고요? 그럼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당당하게 공개하면 됩니다. "켕기는 게 있으니 숨기는 거 아니냐"는 말이 왜 나오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어떤 게 본업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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