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도 안 끝난 신혼살림 어찌하나요"… '대피소' 신세 미호강 인근 주민들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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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기름 유출로 농작물 피해가 막심해요."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오송리의 한 마을.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제 막 복구작업이 시작된 만큼 대피소 주민들이 복귀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복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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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대피소, 갈 곳 없는 91명 생활
"명백한 인재, 실질적 피해 보상 필요"
“보일러 기름 유출로 농작물 피해가 막심해요.”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오송리의 한 마을. 이곳에서 45년째 살고 있다는 강근식(67)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아직도 기름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닷새째 이어진 폭우가 그치고 모처럼 갠 날씨에 주민들은 쑥대밭이 된 마을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힘에 부치는 듯했다. 도로 곳곳은 여전히 진흙으로 뒤덮였고, 침수된 가전제품이나 가구, 집기 등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미호강둑 너머 서평 2리와 오송 5리도 넘쳐난 강물 때문에 피해를 봤다. 일부 주택 담벼락이 무너졌고, 마을회관 일대는 흘러들어온 각종 쓰레기들로 악취를 풍겼다. 마을회관에서 사용하던 방송 장비도 침수로 무용지물이 됐다.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미호강 인근 마을에선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았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범람 당시 상황은 꽤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강물이 흘러 들어와 거센 물살로 차량이 전복돼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길래 창문을 깬 뒤 3명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구조 활동이 없었다면 강 인근 마을에서도 추가 희생자가 나올 뻔했던 것이다.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오송읍행정복지센터 복지회관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모여 있다. 이곳엔 터전을 잃은 91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지원된 각종 텐트와 담요, 긴급구호세트 등이 대피소 한쪽에 쌓여 있었다.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조성학(31)씨와 김서연(31)씨 부부는 “읍사무소가 이제 집이 돼버렸다”며 “할부도 안 끝난 신혼살림은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아내 김씨는 현재 임신 4개월 차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박건규(63)씨도 “조만간 또 비가 온다고 하니 겁이 난다”며 “고추밭과 초토화된 집도 모두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대피소 관계자는 “이재민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다 현재는 급식으로 전환했다”며 “사태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대피소 대신 기관 기숙사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미호강 범람은 ‘인재’라고 지적했다. 또 재난지원금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김모(60)씨는 “토목 공사에서 제방만큼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됐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재난 수준으로 키워버렸다”고 성토했다. 서모(70)씨도 “실제 입은 피해의 절반 이상은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는 이날까지 220건의 주민 피해를 접수했다. 침수 주택을 비롯해 창고, 축사, 농경지 등 단계별 접수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현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엔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이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대사관은 지난 4월 충주에서 발생한 자국 관광객 교통사고 당시 충북도가 지원해 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제 막 복구작업이 시작된 만큼 대피소 주민들이 복귀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복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청주=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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