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살인진드기, 고양이를 만지기한 해도 감염된다?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7월 1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지난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안녕하세요.
◇ 최휘> 오늘은 어떤 내용부터 팩트체크해볼까요?
◆ 송영훈> 지난 2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환자가 발생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SFTS는 이른바 '살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병입니다. 그런데 일부 보도에서 이번 환자가 특별한 야외 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길고양이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고 기사 제목에 '길고양이 접촉, 주의보' 등을 담았습니다. 그러자 소셜미디어 등에서 '길고양이 만지면 살인진드기에 물리는거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 최휘> 살인진드기, SFTS,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어떤 병인지부터 알아봐야겠군요?
◆ 송영훈>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작은소피참진드기, (작은소참진드기라고도 불립니다.) 이 바이러스에 물렸을 때 발병하는 중증열성 바이러스 감염병을 말합니다. SFTS에 감염되면 발열, 소화기 이상 증상 등이 주로 나타나는데, 93.3%가 발열 증상을 보입니다. 그 다음 근육통-설사-식욕부진-오심-두통-고열 순으로 증상이 많습니다.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도 나타날 수 있는데, 증세가 심해지면, 혈소판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 림프절 병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SFTS 환자는 주로 4월~11월 사이에 발생하는데 참진드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4월이면 참진드기가 활동을 시작하고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인 만큼 봄철부터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직 특별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따로 없고, 치사율이 10~30%로 아주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 최휘> 치사율이 높다니 걱정이 앞섭니다. 발생사례는 많은가요?
◆ 송영훈> SFTS 환자는 매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첫 환자가 보고된 건 2013년입니다. 당시 일본에서 '살인 진드기'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자, 국내에서도 참진드기 등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그해 5월 2일 국내에 널리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에서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를 찾았다고 발표했고 이어 5월 16일, 이 병에 걸려 숨진 것으로 추정하는 환자가 나왔습니다. 2013년에는 치사율이 50%에 육박했고, 2014년에도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이후 지난해인 2022년까지 모두 1697명의 환자가 집계됐습니다. 올해는 6월 13일 기준 19명의 SFTS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명이 사망했습니다.
◇ 최휘> 이번 제주 사례처럼 길고양이 접촉이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인 건가요?
◆ 송영훈> 서귀포보건소에 따르면 이번 발병환자는 길고양이와 접촉한 뒤 나흘 만에 SFTS에 확진돼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환자는 길고양이와 접촉한 후 근육통과 두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병관리청은 SFTS 환자의 50.8%가 농·작업을 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감염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진료지침 권고안에 따르면, SFTS 환자 가운데 85.5%는 50대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해외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09년 처음 SFTS 환자가 보고된 중국에서 환자의 직업은 농업 또는 임업이 81.4%를 차지했습니다. 사망한 환자의 연령은 70세 이상의 고령이 많았구요. 일본에서도 2012년 SFTS 환자가 처음 발생했는데, 사망한 환자 모두 50세 이상이었습니다. 야생 동물과 접촉이 많은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하고, 50대 이상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의 경우 특히 취약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번 제주 사례는 길고양이가 원인일 수 있지만, 길고양이만 원인은 아닙니다.
◇ 최휘> 길고양이만 조심할 게 아니라는 거군요.
◆ 송영훈> 네. 관련해서 참고할만한 논문이 있는데요. 대한수혈학회지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에 대한 고찰: 현재까지 연구된 치료법을 중점으로> 논문에 따르면, 최근에 이 바이러스가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3가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노령 인구가 농사를 주로 짓다 보니 SFTS바이러스를 가진 진드기에 물리고, 노령인구가 젊은 인구에 비해 증상이 쉽게 나타나 감염된 사람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진드기 숫자가 증가한 것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체에 쉽게 침입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주의할 점이 더 있는데요. 보통 동물의 털과 피부에 있는 진드기에게 물려서 감염되는데,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체액 등을 통해서도 2차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서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혈액, 체액, 분비물, 배설물 등에 손상된 피부 노출되면 '2차 감염'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등 16명이 동물을 통해 SFTS에 2차 감염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 최휘> STFS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다고 하니,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선입니다. 진드기의 활동이 왕성한 4~10월 사이에 풀숲이나 덤불 등 진드기가 많은 곳에 가신다면 긴 소매나 긴 바지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뿐 아니라 진드기가 서식하는 환경이나 다른 동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고, 면역력이 취약하거나 고령층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서 '길고양이 만지면 SFTS에 감염된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하겠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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