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만난 왕이 “中 개조 시도는 불가능, 美는 닉슨식 용기 필요”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7.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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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고 있다./AF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났다. 대중(對中) 온건파이자 중국에서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대접 받는 키신저 전 장관이 미중 관계 회복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미국은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에 이어 키신저까지 방중하며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추구하고 있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는 이날 키신저에게 “중국의 대미(對美) 정책은 고도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상호 존중·평화 공존·협력 호혜 등 3가지 원칙이 중요하고, 이는 중미 두 강대국이 정확히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며 중국을 포위·억제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진심으로 대만해협의 안정을 희망한다면 행동으로 대만 독립에 명확하고 공개적으로 반대해야 하고, 대만의 독립 분열 행위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이는 또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에는 키신저식 외교적 지혜와 닉슨식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키신저가 1970년대 냉전 시기에 ‘핑퐁 외교’로 불리는 미중 화해 구도를 설계해 양국 공식 수교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최근 냉각된 양국 관계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키신저는 “미중 양국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 평화·안정과 인류의 삶에 관련된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양측은 평등하게 서로를 대하고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느 한쪽에 대한 고립·단절을 시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하나의 중국은 미국이 상하이 코뮈니케에서 엄숙하게 약속한 것이므로 흔들리거나 파기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키신저는 전날 베이징에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과도 회담했다. 리상푸는 2018년 러시아산 전투기 등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키신저가 리상푸를 만난 것은 미국이 조만간 그에 대한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리상푸의 제재가 해제되면 미중 군사 분야 고위급 대화도 재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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