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서 70년 만의 귀환’ 스위스 보관 사본 경기도에 전달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 만에 정전협정서가 우리나라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정전협정 당시 남북 간 분쟁 방지 등을 위해 판문점에 설치한 중립국감동위원회(중감위) 구성 국가인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 국가에도 서명 당시 협정서 사본이 1부씩 전달됐다.
정전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당시 만들어진 협정서 원본도 사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70년이 흐른 19일 오후 3시 20분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에서 중감위 소속국인 스위스가 소장하고 있던 정전협정서 사본(영문)을 우리나라에 내놓았다.
그동안 중감위 스위스 대표단은 경기도에 남북한 사진과 군용품 등 각종 전시 물품 등을 기증해오는 등 경기북부 발전에 동참해온 바 있다. 이번 정전협정서는 대표단이 정전 70주년을 맞이해 경기도에 무상으로 임대한 것이다.
정전협정서 전달식에 참석한 이보 버제너 중감위 스위스 대표는 “경기관광공사가 오는 8월 4일 개장하는 중감위 스위스 전시전에 어떤 아이템이 필요할까 우리에게 요청했다”며 “저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 정전협정서를 드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감위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판문점에서 계속해서 자리해 왔다”며 “평화와 안정을 염원하는 모든 분께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전달받은 협정서가 복사본이긴 하지만 중감위에서 오랜 기간 보관해온 정전협정서이기에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현재 정전협정서 사본을 국립박물관과 국가기록원이 가지고 있지만 협정문과 지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 전달받은 협정서는 본문과 지도를 함께 갖춘 유일한 것”이라며 강조했다.
경기도가 전달받은 정전협정서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정의, 정전의 구체적인 조치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1권 협정문과 2권 지도로 구성돼 있다.
정전협정서는 반환 미군공여지인 경기도 파주 캠프 그리브스 내 전시관 갤러리그리브스에 보관될 예정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있는 갤러리그리브스는 원래 미군이 주둔하던 곳이었지만, 반환된 뒤 경기도가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해 2021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 곳이다.
70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판문점 회의장에 유엔군 수석대표인 해리슨 미 육군 중장 일행과 공산군 수석대표인 남일 일행이 국문, 영문, 중문으로 된 전문 5조63항과 부록 11조26항으로 이뤄진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협정 서명 12시간 후인 그날 오후 10시가 되자 3년 1개월 2일 동안 한반도 전역에 울렸던 포성이 멈췄다.
정전협정서에는 유엔군 수석대표 해리슨 중장과 공산군 측 대표 남일,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 김일성 북한군 총사령관, 펑더화이 중공군 총사령관이 각각 서명했다. 휴전협정에 반대한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협정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정전협정서의 원본은 미국과 중국, 북한이 나눠 가졌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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