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반대 위한 반대’… 노동시장 취약계층 보호 취지 상실 [2024년 최저임금 9860원]
최임위의 대표성·다양성 한계 제기
근로자위 ‘노총’·공익위 ‘학계’ 차지
중소기업·비정규직 대변 목소리 부족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행사도 문제
“노사합의 통해 결정 현실적 불가능
정부 주도로 의견수렴 방식 효율적”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그 어느 때보다 노사 간 합의를 이루겠다는 공익위원들 의지가 강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양보 없는 극한 대립으로 해마다 공익위원안이 채택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를 고려해 올해는 아무리 시일이 걸리더라도 합의를 이루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저임금 심의가 역대 최장인 110일에 걸쳐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표결 지켜보는 공익위원들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된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박준식 위원장(가운데)을 포함한 공익위원들이 모니터에 게시된 표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특히 올해는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발하는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최임위를 통해 표출되기도 했다.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망루 농성을 벌이다 구속되자 이에 반발한 노동계가 회의장을 퇴장하는가 하면 공석을 채울 근로자위원 추천을 두고 노정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대립과 공익위원들의 최종 결정을 놓고 노사 모두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에 사라진 최임위의 자율성, 독립성,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최임위의 자율성, 독립성,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겠다”면서 “하반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시사했다.
경영계에서도 노사 갈등으로 원만한 논의가 어려운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총은 이날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제도개선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임위의 논의 방식을 넘어 구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임위의 ‘2022 주요 국가별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독일, 영국은 한국처럼 별도 위원회가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반면 중국과 프랑스, 그리스는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 이스라엘의 경우 결정권을 의회가 갖고 있다.
석병훈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노사가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저임금제 자체가 정부 정책인 만큼 정부 주도로 결정하되 노측과 사측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구성·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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