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교통돌발정보는 왜 지하차도 침수 모를까 [데이터인사이트]

김혜선 2023. 7. 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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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상황 실시간 알리는 '교통돌발정보' 서울 밖에선 무용지물
지방은 인프라 부족으로 활용도 낮아...담당 인력 도입 필요
"사실상 경찰 '수기 입력' 방식 대부분, 입력 체계 개선해야"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사전대응과 사후대응에 모두 실패하며 시민 14명이 숨지는 최악의 사고가 됐다. 청주시와 충북도, 경찰 등에 사고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서 지역 버스회사에 완전히 침수된 지하차도가 ‘우회로’로 통보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3~15일 전국 광역지자체별로 입력된 교통돌발정보 지점. 대도시 중점적으로 교통정보가 입력돼 있다. 막대그래프는 2023년 7월 13~14일 이틀간 청주에서 입력된 교통돌발정보와, 2022년 8월 8일~9일 이틀간 서울에서 입력된 교통돌발정보 비교. 청주시 오송읍에서는 지난 14일 궁평제2지하차도 인근에서 교통돌발정보가 입력됐지만, 기상정보가 아닌 도로 공사 정보였다. (자료=국토교통부 국가교통정보센터)
재난 상황에서는 정보가 신속하게 공유되어야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2014년부터 교통사고, 도로공사, 집회 등 도로 위 돌발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들에 전달하는 ‘교통돌발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교통돌발정보는 현장에서 발생한 도로의 정보를 지자체나 민간기업 등에 전달하는 교통정보 허브 기능을 수행한다. 네비게이션 업체 등 기업은 시민이 이용하는 네비게이션에 교통돌발정보에서 보낸 급정거, 교통사고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대도시 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력부족 등으로 교통돌발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이데일리가 전국 교통돌발정보를 분석한 결과, 폭우가 집중된 지난 14일~15일 충북 청주시에서 공유된 교통돌발정보 총 125건 중 기상 관련 정보는 0건이었다. 돌발정보는 정체와 차량 고장 등 사고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완전 침수된 궁평제2지하차도는 교통돌발정보에 입력되지 않았고 충북 곳곳에서 폭우로 여러 도로가 통제됐음에도 이 정보가 모두 누락됐다.

반면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380건의 돌발정보가 입력됐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폭우 등 기상과 관련한 교통돌발정보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8월 8일~9일 서울에 집중호우가 쏟아질 당시에도 서울은 교통돌발정보에 199건의 정보가 입력됐고 침수, 미끄러움, 물고임 등 기상 관련 정보도 38건이 공유됐다. 서울은 지난해 8월 폭우 당시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며 지하차도 16곳에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사전 도로통제는 물론 침수로 인한 통제 정보 공유까지 적절하게 이어지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차체 간 교통돌발정보 활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담당 인력 부재’ 때문이다. 이승철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이데일리에 “돌발정보는 지자체의 운영상황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서울의 경우 도로 통제와 돌발정보 입력 등 전담 인력이 많이 투입돼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타 업무를 보는 공무원이 돌발정보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돌발정보서비스 활용도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수집된 돌발정보 데이터는 서울시가 35%로 가장 높았다. 서울시의 돌발정보 데이터는 2020년에도 전체의 32%를, 2019년에는 24%를 차지했다. 대부분 돌발정보는 교통사고 데이터지만, 기상정보 비율은 2019년 1%, 2020년 2%, 2021년 3%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교통돌발정보가 사실상 경찰의 수기 입력에 의존하는 것도 정보 부족의 이유 중 하나다. 고속국도 등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도로는 CCTV 등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교통돌발정보를 입력하지만, 도로공사가 관리하지 않는 일반국도 등은 일선 경찰이 운영단말 프로그램에 일일이 수기 입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지방 경찰청에 따라 돌발정보 수집 편차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도로 상황을 경찰이 수기 입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연구보고서는 “(경찰의) 현장 입력정보가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활용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첨단교통인프라를 통해 돌발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 밖에 수도권에서는 ‘단톡방’을 통해 적극적으로 돌발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승철 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지난해 폭우 당시 ‘단톡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실시간으로 돌발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했다”며 “다만 이러한 방식은 단톡방 운영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고 담당 인력이 없다면 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혜선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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