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에 폭염까지… 이상기후 몸살 앓는 지구촌

이예림 2023. 7. 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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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현상은 오늘 태어난 아이가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

기후 위기를 경고한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2019년)'에서 아이슬란드 작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할머니 나이인 95세, 100여년 안에 지구가 기후 위기로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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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
야무나강 불어 위험수위 근접
‘세계유산’ 타지마할 침수 위기
유럽·미국 연일 최고 기온 경신
伊 로마 응급환자 20∼25% 증가
애리조나주 피닉스 43도 넘어
美·中 기후 위기 협력 진전 없어

“(이상기후) 현상은 오늘 태어난 아이가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

기후 위기를 경고한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2019년)’에서 아이슬란드 작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할머니 나이인 95세, 100여년 안에 지구가 기후 위기로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책과 달리 현세의 이상기후가 인류를 위협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찬물로 더위 식히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작은 수영장에서 한 소녀가 17일(현지시간)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왼쪽 사진) 가자지구 주민들은 전력난으로 하루에 6시간밖에 선풍기를 틀지 못해 쟁반으로 부채질하며 섭씨 38도의 폭염에 맞서고 있다. 18일 역대 최고기온인 섭씨 41.8도를 기록한 이탈리아 로마의 포폴로광장에서는 한 남성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분수대에 머리를 담그고 있다. 칸유니스·로마=로이터·AFP연합뉴스
지구촌 곳곳에선 연일 기록적인 폭염·폭우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탄소 배출 세계 1·2위 ‘양대 기후악당국’ 미국과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방안 진전이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연방정부 산하 중앙수자원위원회는 몬순(우기) 폭우가 계속되면서 북부의 주요 도시를 관통하는 야무나강 수위가 45년 만에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 턱밑까지 차올랐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계속된 폭염으로 들끓는 유럽과 미국에선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다. 18일 최고기온 41.8도를 기록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던 이탈리아 로마에선 열사병·탈수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20∼25% 증가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남부 도시 나폴리의 한 병원에선 이날 하루 동안 231명의 환자가 방문해 6분에 1명꼴로 응급치료를 받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일일 환자 수를 기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기온은 43도를 넘어섰다. 19일 연속 기온이 30도를 넘으며 1974년 세워진 기록이 약 50년 만에 경신됐다.
18일 역대 최고기온인 섭씨 41.8도를 기록한 이탈리아 로마의 포폴로광장에서는 한 남성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분수대에 머리를 담그고 있다. 로마=AFP연합뉴스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해 주목받았던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의 중국 방문은 양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패권 다툼에 밀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정(韓正) 중국 국가 부주석을 만난 케리 특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최근 몇 년 동안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고, 많은 외부 요인이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기후 문제는 보편적인 위협으로, 독립적인 도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렇게 기후변화와 외교·경제·안보 문제를 분리하자는 케리 특사 요구를 일축했다. 전날 케리 특사를 만난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기후변화 협력은 양국 관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분리 해결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같은 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생태환경보호대회 연설에서 “우리가 약속한 탄소피크와 탄소중립 목표는 확고부동하고,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와 방식, 속도와 강도는 마땅히 우리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며 “중국의 약속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이 요구하는 메탄 등 주요 온실가스 감축 계획 공개에 응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그의 발언이 “중국이 특히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므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 나라의 감축을 수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예림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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