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공존하는 '섬김 공동체'

CBS노컷뉴스 최종우선임기자 2023. 7. 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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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우리교회(86) / 대한성공회원주교회
원주나눔의 집…지역과 만나는 교회
예배공간 마을 주민들 자유롭게 활용
교회 건축때 헌금하는 주민들 많아
농촌 홀 어르신 50여명에 반찬 나눔
고령화 사회… 노인복지문제 토로
"어르신들 시계로 움직이는 느린 마을 꿈꿔"
2014년 녹색교회 선정…환경관련 선교 시작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리에 자리한 대한성공회원주교회

[편집자 주]
 
각 지역 교회의 선한 사역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우리교회. 
 
86번째 순서로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며 홀로계신 농촌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는 대한성공회원주교회를 만나본다.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주산리 마을 안길에 자리한 대한성공회원주교회.

대한성공회원주교회는 원주나눔의 집으로도 쓰여 지고 있다. 

대한성공회원주교회 이쁜이신부는 성공회원주교회에 대해 지역과 만나는 교회라고 설명한다. 

이쁜이 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이쁜이/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지역과 만나는 교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고요. 그리고 도서관하고 노인복지센터하고 들어와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문화 서비스든 사회복지에 관련된 여러 가지 서비스든 공간이 공유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기관들 때문에 공존하는 사람들이 되게 다양하고 다층적으로 시시각각 만나고 있습니다. 문은 항상 열려져 있고요. 이용하시는 분들이 꼭 사제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신부님, 오늘 이렇게 이렇게 쓸게요"라고 연락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지역과 만나는 교회가 성공회원주교회가 아닌가라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제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예배공간을 쓸 수 있는 항상 열려있는 교회. 

심지어는 라인댄스 교실로도 내어주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이 교회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대한성공회원주교회는 마을주민들의 다양한 문화활동 장소로 교회예배당을 열어주고 있다.

[이쁜이/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워낙 우리 교회가 처음 지어질 때부터 지역에 신자 아니신 분들이 헌금하신 비용이 꽤 많으세요. 그니까 지역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공간을 내어주는 교회가 우리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원주 지역 사람들의 시민단체의 열망으로 보태져서 만들어진 공간이고…"

게다가 성공회원주교회가 건물 없는 교회로 시작해서 누구보다도 공간 나눔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쁜이/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특별히 성공회원주교회는 건물 없는 교회로 시작해서 공간을 먼저 빌려서 사용해봤던 혜택을 받았던 교회예요. YMCA 위층 강당에서 예배처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그 소중한 마음을 간직하시고 성도들도 역시나 지역 사람들을 위해서 공간을 내어주는 것에 적극적입니다."

성공회원주교회는 매주 목요일 반찬을 만들어 농촌 홀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홀 어르신들을 위해 육개장을 만들고 있는 모습

성공회원주교회는 주민들과의 공간 나눔뿐 아니라 홀로 계신 농촌마을 어르신 50여명에게 반찬을 직접 만들어 배달해 주는 반찬 나눔 사역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성공회원주나눔의 집은 어르신들의 반찬 만들기로 아침부터 분주하다. 
갖가지 밑반찬을 만들고 육개장을 정성스럽게 끓인다. 

성공회원주나눔의 집 초창기부터 나눔 사역에 함께 하고 있는 정종숙센터장은 이곳에서의 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종숙 성공회원주노인복지센터장

[정종숙/성공회원주노인복지센터장]
"지금 24년째 하고 있는데 이 일을 함으로 인해서 제가 이 일을 안 했더라면 내 삶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좀 하기는 하는데 지금보다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즐겁고 행복하고…"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반찬을 만드는 어르신들도 즐겁다. 

[이규춘]
"없는 어르신들 해드리니까 정성껏 하니까 즐거워요 마음이, 와서 열심히 해요 하는데 까지…"

[정순숙]
"주마다 이렇게 하니까 재미있지요, 어르신들 해드리니까 잘 잡수시고 좋아요."

[원평자]
"집에서 놀면 적적한데 여기 와서 또 엄마들끼리 얘기도 많이 하고 반찬 맛있게 해서 드리니까 즐겁죠."

준비된 육개장과 반찬들을 보자기에 일일이 싸고 배달준비를 마쳤다. 

4년 동안 나눔의 집에서 반찬배달봉사를 하고 있는 박어용씨. 

어용씨는 매주 반찬꾸러미를 들고 나눔의 집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102살 정모 할머니를 찾아간다.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 13일 오후. 

빗길에 어떻게 올까? 걱정이 앞선 정모할머니는 1시간 전부터 문 앞에 앉아 어용씨를 기다린다. 

3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나이와 같아 정모할머니를 남다르게 생각한 어용씨. 

1주일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친어머니와 아들 못지않게 다정한 모습이다. 

어용씨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은 농촌의 현실을 얘기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박어용 성공회원주나눔의집 자원봉사자

[박어용/반찬배달봉사자]
"지금 지정면 관내에 독거 노인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이제 사회보장 협의체일을 하다 보니까 재정 지원이 굉장히 어려워요 사실은, 지금 혜택 받아야 되는 분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재원이 한계가 있다 보니까 그 부분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어디서든 재원이 좀 조달이 돼서 정말 반찬 만들어 드시기 힘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도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노인복지문제가 중요한 이슈인 고령화 사회. 

어르신들이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성공회원주교회. 
이쁜이신부는 어르신들의 시계로 움직이는 느린 마을을 꿈꾸고 있다. 

대한성공회원주교회 주일예배 모습

[이쁜이/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노인의 시계로 움직이는 느린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 문화가 하나로 이루어질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조성하는 게 저희들의 꿈이고요. 그게 어떤 건물을 높이 세우는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어르신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에 역할을 하고, 그리고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또 후원도 여기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이렇게 되기를 바래서 느린 마을을 꿈꾸고 있어요. 어르신들의 시간으로 흘러가는 마을, 느린 마을 왜냐하면 세상의 시계는 너무 빠르잖아요. 빠른 시계가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노인이 아니어도 모두에게 빠른 시간은 너무 벅차고 지치게 하고, 그리고 또 지금처럼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 경쟁이나 자원의 소비를 부추기거든요. 근데 시간을 조금만 늦추면 나눠 먹는 일도 너무 잘 되고. 그리고 장애가 있거나 소외된 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같이 갈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시계를 늦추자는 거죠. 마을의 시계를 늦추자. 우리는 농촌에 있으니까 할 수 있다. 그래서 느린 마을을 꿈꾸게 됐습니다."
한편, 성공회원주교회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다양한 환경실천운동과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난 2014년 녹색교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녹색교회로 선정된 성공회원주교회는 지구환경을 지키기위해 자원재활용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녹색교회라는 타이틀이 주어지면서 성공회원주교회는 환경과 관련된 감수성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이쁜이/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환경과 관련된 감수성으로 선교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녹색 교회 타이틀이 딱 생기고 나니까 그 뒤로 우리교회가 녹색 교회인데 녹색 교회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 뭐 이렇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폐지 모으는 일도 교인들만 동참하는 게 아니라 마을 분들이 같이 하시고 계시고요, 마을에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꾸준히 녹색 교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감수성을 가진 녹색 프로그램 운영하고 아이들을 키워내는 데 자연 속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실험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녹색 프로그램으로는 절기교육과 관련한 꽃 이야기, 새소리 녹음해서 새 이름 찾기, 식물 관찰 등 자연 속에서 진행되는 학습들이 많다. 

지난겨울엔 생태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10가지 재앙이라는 주제로 캠프를 열었다. 

[이쁜이/대한성공회원주교회신부]
"지난겨울에 10가지 재앙이라는 주제로 캠프를 했어요. '겨울 풀씨학교'라고, 사람들이 성경학교 하면 좀 더 복음적이고 따뜻하고 깊은 주제를 선택하잖아요. 근데 코로나가 막 끝나고 나서 캠프이기도 하고 창세기 다음에 주제를 삼을 때 우리가 10가지 재앙을 이렇게 외면하고 모른 척할 게 아니라 성경도 읽어보고,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닥친 재앙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라고 얘기해서 선생님들하고 회의하고 프로그램을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여름풀씨학교는 다음달초에 열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성공회원주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공병을 모아 판매 하는 등 재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영상기자 / 이정우, 영상편집 /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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