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68년 독점’ 정조준…대체 거래소 나온다(종합)
대체 거래소 승인, 제도 도입 후 최초
내년 4분기 본인가, 2025년 도입 전망
수수료 인하, 거래 속도 향상 기대감
얼마나 시장 판도 바꿀지는 지켜봐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당국이 거래소 복수 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르면 2025년 초부터 한국거래소(KRX)가 아닌 제2의 거래소에서도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68년간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의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대체거래소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주)의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투자중개업을 예비인가했다. 예비인가는 대체거래소 설립·운영 관련한 ‘계획의 타당성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이다. ATS는 한국거래소의 주식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이른바 ‘대체 거래소’다. 이번 예비인가는 2013년 관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의 대체거래소 예비인가다.
앞서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 유일하게 ATS 예비인가 심사를 신청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투자협회가 주도하는 ATS 준비 법인이다. 발기인은 금투협·미래에셋증권(006800)·삼성증권(016360)·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KB증권·키움증권(039490)·한국투자증권이다. 이 외에 증권사 19곳과 코스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네이버파이낸셜, BC카드, 카카오페이(377300), 티맥스소프트가 출자사로 참여했다.
금융위는 예비인가 심사 결과, 넥스트레이드가 자본시장법상 모든 인가 요건을 충족했다고 봤다. 외부평가위원회도 ATS 투자중개업을 맡기에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넥스트레이드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예비인가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본인가를 신청하면 금융위가 1개월 내 심사를 마치게 된다. 본인가까지 통과하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동안 금융위·금감원은 자본시장의 혁신을 위해 거래소 간 경쟁체계 구축을 추진해왔다. 금융투자협회는 2013년 8월 자본시장법상 ATS 도입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년간 ATS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1월 금투협, 증권사, IT 기업, 증권 유관기관 등 총 34개사가 합심해 ATS 준비법인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한 지 8개월 만에 예비인가를 받게 됐다.
금융당국은 대체거래소가 도입으로 거래소와의 경쟁체계가 구축되면 거래 수수료 인하, 매매체결 속도 향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7년 ATS가 처음 도입됐다. 미국은 62개 ATS가 자리를 잡으면서 거래 비용 감소, 매매체결 속도 향상 등의 효과를 봤다.
넥스트레이드는 내년 4분기까지 본인가 신청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관련해 △탄력적인 거래시간 운영 △해외거래소와의 연계투자 도입 △토큰증권발행(STO)을 비롯한 신상품 시장 육성 등 10대 장단기 추진과제를 선정해 오는 2025년까지 추진하는 목표를 세웠다. 넥스트레이드의 자본금은 약 1460억원 규모다.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 원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관련해 대체거래소 본사를 어디에 둘지도 관심사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는 ATS 본사도 부산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 상임의장은 “ATS 본사를 유치해 부산이 수도권 집중을 막는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거래소와 비교하면 ATS가 가진 권한이 많지 않아 ‘대체거래소’ 영향력이 당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ATS에선 주식 거래만 가능하다. 상장심사,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의 기능은 한국거래소에서 수행하게 된다. 거래대상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주식으로 제한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쟁체계 구축을 통해 비용·서비스 개선, 거래량의 양적 확대, 증시 안정성·효율성 제고를 기대한다”며 “경쟁에 따른 거래수수료 인하와 투자자의 거래비용 절감, 매매체결속도 향상, 거래비용 절감에 따른 주식시장 전반의 거래량 증가, 시장의 호가 스프레드 감소 등의 효과가 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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