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머크가 발굴한 韓 ‘뇌 약물 전달 기술’...항암 신약도 주목
바이오오케스트라, 대상 수상…뇌 약물전달 플랫폼 개발
항암 신약 개발사 큐리진·파멥신·드노보테라퓨틱스·업테라 본선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가 국내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의 신약개발 지원에 나섰다.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제약·바이오 산업 허브로 보고, 이들 기업의 개발·상용화를 위해 머크의 제품과 전문 인프라를 지원하고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머크는 17일 제1회 ‘2023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2023 Korea Advance Biotech Grant Program)’ 시상식을 국내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은 머크가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부터 기업을 모집했다.
머크는 이번 공모전에서 우수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신약개발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뇌 세포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과 항암 신약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발굴했다. 머크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VC)인 엠벤처스(M-Ventures)와 머크의 바이오 전문가들은 기술 완성도·신규성·성장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본선 진출 팀으로 바이오오케스트라, 큐리진, 파멥신, 드노보 바이오테라퓨틱스, 업테라 등 5개 팀을 선정했다. 머크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노하우를 제공해 이들 기업의 개발·상용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머크는 최근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제약·바이오 산업 허브로 보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에 아태지역 바이오 공정에 필요한 의약품 원부자재 생산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머크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한 바이오벤처 지원과 국내 대학과의 바이오 분야 연구 협력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 뇌세포까지 약물 전달하는 기술로 ‘대상’ 수상
이번 대회에서 대상인 ‘머크 그랜드 어워드(Merck Grand Award)’는 바이오오케스트라에 돌아갔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리보핵산(RNA) 기반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퇴행성 뇌질환은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뇌에 독성 단백질 찌꺼기가 쌓여 기능이 떨어지면 생기는 병이다. 이 뇌 속 독성 단백질 찌꺼기를 제거해야 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사람의 뇌세포는 외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으로 단단히 막혀 있어 현실적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약물을 실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약물전달 플랫폼인 ‘BDDS’를 자체 개발했다. BDDS는 정맥주사 제형으로,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뇌 속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siRNA는 단백질 생성을 차단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머크는 이 BDDS 플랫폼 기술의 차별성을 높이 평가했다. 기존에 개발된 약물 전달 시스템보다 뇌 투과율이 뛰어나고, RNA, 항체, 합성의약품 등 다양한 원료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어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지난 3월 다국적 제약사와 8억61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BDDS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두 회사는 BDDS 플랫폼에 약물 후보물질을 결합해 공동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개발 중인 마이크로 RNA(miRNA) 기반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BMD-001′은 루게릭병을 적응증으로 내년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큐리진·파멥신·드노보·업테라 등 항암 신약개발사 4곳도 기술성 인정
항암 신약개발 기업 4곳도 함께 본선에 올랐다. 이완 원광대 치의학 교수가 2016년 창업한 큐리진은 항암 바이러스와 RNAi 기전을 융합한 이중표적 항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핵심 후보물질인 ‘CA102′는 방광암, 췌장암, 두경부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파멥신은 2008년 설립한 항체치료제 전문 신약개발 기업으로, 기술특례를 통해 지난 201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1000억개가 넘는 완전인간 항체(인간의 항체 서열과 100% 동일한 항체)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다중 항체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파멥신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고형암 대상 단독 요법은 물론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병용 요법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항암제 올린베시맙이다.
mRNA 기반 이중항체 개발 바이오 스타트업인 드노보 바이오테라퓨틱스는 NK(자연살해)세포 인게이저 이중항체를 체내에서 발현시키는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게이저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에서 각각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는 물질을 말한다.
업테라는 표적단백질분해(TPD) 기반 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총 7개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TPD는 단백질 생성이나 기능만 줄이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질병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테라는 현재 유한양행, 보령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김용석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세스 솔루션 북아시아 비즈니스 대표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머크가 우수한 역량을 가진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의약품 개발·상용화 과정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이들 기업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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